K-배터리, ‘ESS’-‘전기차 배터리’ 투트랙 전략 주효
당장 수익성 확보 ESS 수주 필요
기술 장벽 낮고, 수익성 확보 빨라
최종 종착지 ‘전기차 배터리’ 공급
2025-09-04 14:21:25 2025-09-04 14:34:25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수요 둔화라는 거센 역풍 속에서도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전기차 배터리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K-배터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3사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와 점유율 하락 압박 속에서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동시에 당장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ESS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SK온 컨테이너형 ESS 제품. (사진=SK온)
 
SK온이 4일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1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계약에 따라 SK온은 2026년 매사추세츠주 프로젝트에 LFP 배터리 컨테이너형 ESS를 공급하며, 2030년까지 미국 내 6.2GWh 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 협상권도 확보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도 SK온-포드 합작공장 생산 배터리를 닛산에 공급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 고객사 확대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세계 4위 완성차그룹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 배터리로 전환하고 연내 양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SDI-스텔란티스 JV에는 4개의 배터리 생산 라인이 있는데, 이 중 1개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지에서 북미 ESS 고객사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내년부터는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 탑재될 배터리 양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107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2037년까지 장기 공급 기반을 확보했습니다. 약 1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이 계약은 중국 CATL 등 강력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따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SS 부문에서도 최근 ‘ESS 중앙계약 시장’ 입찰에서 2개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안정적인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K-배터리 3사의 투트랙 전략 가동은 수익성 악화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가 모두 적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에도 동반 적자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전기차 캐즘이라 불리는 일시적 수요 둔화가 직격탄을 날린 결과입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ESS는 숨통을 트이게 하는 중요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지난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찾은 참관객들이 CAS 모듈팩솔루션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ESS가 중요한 대안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우선 전기차 배터리 대비 상대적으로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고 수익성 확보가 빠르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완성차 업체와의 장기 협상과 복잡한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ESS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계약 구조로 빠른 매출 실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ESS가 당장의 수익 개선을 위한 임시 방편일 뿐, 장기적 성장 동력은 여전히 전기차 배터리에서 찾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배터리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35.3% 성장하는 등 수요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 사들도 ESS로 단기 수익을 확보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과 고객사 확보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정체 현상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내연기관차 퇴출과 탄소중립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이 명확한 만큼, K-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배터리를 최종 목적지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ESS는 신재생 에너지 쪽의 비중이 높아야 성장이 가능한 영역이다”라며 “자동차가 위기니까 배터리 회사들이 ESS 쪽으로 눈을 돌리고 시장을 개척한 것이지만, 앞으로의 성장 동력은 자동차, 모빌리티 쪽”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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