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화인베스틸, CB 부담 가중…재매각 시 지배구조 '빨간불'
투자자 풋옵션 행사에 잔여 CB 전량 매입
재매각 vs 소각 등 향후 처리 방안 놓고 고심
대주주 지분 희석 우려에 소각 가능성 높아
2025-09-05 06:00:00 2025-09-0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3일 15:5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조선 기자재 업체 화인베스틸(133820)의 향후 전환사채(CB) 처리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B를 재매각할 경우 최대주주 지배력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따라 회사로 회수되는 CB 물량은 최대주주 측 지분율을 8%포인트나 하락시킬 수 있다. 다만, 최근 조선산업 회복과 철강산업 재편에 화인베스틸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CB 재매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화인베스틸)
 
투자자 요구에 CB 매입…CB 전량 회수
 
3일 업계에 따르면 화인베스틸은 아직 전환권이 행사되지 않은 기발행 2회 및 3회차 CB를 전부 매입중이다. 매입액은 각각 15억6000만원(2회), 173억6200만원(3회)다. 화인베스틸은 액면가에 추가 금액을 얹어 CB를 매입한다. 투자자 수익 보장 차원에서 양 측이 합의한 결과로 풀이된다. CB 매입 일정에 따르면 화인베스틸은 올해 7월과 내년 1월 두 차례에 나눠서 2회 CB를 매입하고, 3회 CB는 올해 7월과 10월 두 차례 매입한다.
 
화인베스틸이 CB를 매입하는 이유는 CB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 때문이다. 지난 6월까지 화인베스틸 주가가 낮았던 탓에 CB 투자자는 차익 실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두 CB 전환가액은 모두 주당 1810원으로 정해졌는데, 당시 주가는 1000원 내외였다.
 
이에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기가 도래하자마자 청구권을 행사해 최소한의 수익을 확보하려 했다. 발행약정에 따르면 두 CB 모두 발행일(2023년 7월)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7월부터 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했다.
 
통상 CB는 회사가 투자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발행한다.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 신주 매각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경우 낮은 이자율이 설정되는 등 다양한 조건으로 발행된다. 화인베스틸이 발행한 두 CB는 모두 표면 이자율이 0%로 책정됐다. 보통 표면 이자율 0%라면 투자자는 CB 보유 기간동안 별도로 이자 수익을 받지 않는 대신 CB 전환권을 행사해 차익을 얻는다. 다만, 이번 풋옵션으로 인해 투자자의 전환권 행사 가능성은 사라졌다.
 
매입이 완료되면 화인베스틸 이사회는 CB 처리 방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CB 매각 여부에 달린 최대주주 지배력
 
화인베스틸은 CB 전량 회수로 향후 처분 결정권을 쥐게 됐다. CB는 재매각 혹은 소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이 존재한다. CB 재매각은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지만, 최대주주를 포함한 기존 모든 주주의 지분 희석이 문제 된다. 반면 CB를 소각할 경우 장단점은 재매각 효과와 반대된다. 
 
현재 화인베스틸 이사회는 CB 처리 방안 계획이 없는 상태로 파악된다. 화인베스틸이 회수하는 두 CB는 만기일(2028년 7월)이 3년가량 남았다. 이에 남은 기간 다양한 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주주 권리 보호 측면에서 조속한 처리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CB 만기 전 취득에 따른 처리 방안을 정확히 밝힐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 중이다.
 
현재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화인베스틸이 회수한 두 CB는 소각에 무게가 실린다. 두 CB의 신주 전환 물량이 최대주주 등 보유 주식수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두 CB가 신주로 전환될 경우 총 962만4861주(2회 86만1878주, 3회 876만2983주)가 투자자 물량이 된다. 발행주식총수 증가를 가정하면 CB 지분율은 23.8%다.
 
반면 화인베스틸 최대주주인 화인인터내셔널과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은 총 1092만7110주(35.45%)다. 만약 CB 재매각 후 신주로 전환될 경우 지분율은 27%로 하락한다. CB가 신주로 전환될 경우 최대주주 측 총지분율(35.45%)이 단번에 8%포인트 하락하는 것이다. 이는 경영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재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 동기는 적다. 화인베스틸은 조선업 등 전방산업 회복에 실적이 개선 중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화인베스틸의 누적 매출액은 82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13억원) 60%나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순손실 62억원도 올해 상반기는 13억원 순이익으로 전환했다. 조선 기자재 사업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던 현대제철(004020)이 지난 6월 포항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한 후 화인베스틸이 반사이익을 얻는 모습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상반기 105억원 유입에서 올해 17억원 유입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이는 판매 확대를 위해 운전자본 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파악된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지출 비용은 매출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올해 상반기 화인베스틸이 원재료 매입에 지출한 비용은 66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06억원) 대비 50% 이상 급증했다.
 
화인베스틸 측은 <IB토마토>에 “현재 이사회에서 CB 매입 후 처리 방안이 논의된 적 없으며, CB 만기일이 3년가량 남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CB 처리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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