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카카오(035720)가 올해 5월 브랜드 메시지를 출시하며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업 메시징 시장에 도전장을 내걸자 통신 3사와 특수유형 부가통신 메시징 사업자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갈등이 다시 재점화된 모양새입니다.
특수한유형의부가통신메시징사업자협회(SOMA)는 지난 19일 카카오가 이용자 개인정보를 무단 활용한다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또한 브랜드 메시지 수신 시 이용자 데이터가 사용되는 점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카카오는 수신자 동의를 얻어 브랜드 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실제로 카카오 브랜드 메시지 소개서에 따르면 카카오톡 채널 친구와 고객사 광고성 정보 수신동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광고 메시지를 발송한다고 돼 있습니다.
기업 메시징 시장 두고 치열한 다툼
표면상으로는 개인정보 문제가 제기됐지만 실상은 '밥그릇 싸움'입니다. 기업 메시징 시장을 둘러싼 갈등의 역사는 무려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반에는 통신사와 부가통신메시징사업자 간 갈등이 불거졌는데요. 지난 2011년 한 부가통신메시징사는 기업 메시징 시장에 진입하려는
LG유플러스(032640)와
KT(030200)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이를 두고 2015년 공정위는 무선통신망을 이용한 시작 독식 행위로 판단하고 두 통신사에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두 회사는 대법원 판단을 묻는 법정 공방을 2023년까지 진행하다 결국 패소했습니다.
카카오 로고. (이미지=카카오)
이처럼 처음엔 통신 3사와 메시징사가 서로 갈등 관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양상은 달라집니다. 통신 3사가 계열사를 통해 이 시장에 진출하고, 또 2010년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출시한 이후 견제가 서서히 카카오로 집중된 것인데요.
카카오톡이 인기를 끌자 이듬해 통신 3사는 연간 약 35억원의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 수익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발했습니다. 2012년 카카오가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lP) 보이스톡을 출시한 것을 두고도 또 한 차례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통신 3사가 음성통화 수익 감소 우려를 이유로 보이스톡 서비스 이용을 제한한 것인데요. 이에 대해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결국 제한 조치를 철회했습니다. 이후 통신 3사는 카카오에 대항하고자 RCS 기반 메신저 플랫폼 '조인' 공동 출시에 나섰으나 성과가 부진해 2016년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2015년 카카오가 알림톡을 출시했을 당시에는 메시징사가 나서 반발했습니다. 기업용 메시징인 알림톡이 기존 SMS 시장에 새롭게 등장하면서 가격 경쟁이 유발되자, 업계에서 사전 동의 여부, 데이터 차감 문제 등과 관련한 논란을 제기했는데요.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알림톡 논란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후 가격, 편의성을 바탕으로 알림톡 이용 건수는 2015년 3억건에서 2018년 150억건으로 급증했습니다.
결국 통신 3사도 2020년 기업용 메시징 RCS인 '채팅+'를 공동 출시하고 2023년 이미지 템플릿과 브랜드 등록 기능을 더하는 등 고도화를 추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메시징 사업자 중 대기업 계열사 27곳
현재 기업 메시징 시장에는 올해 7월 기준 1159개 특수부가통신사업자가 등록돼 있는데요. 이중 KT·LGU+, SK 계열도 27개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처럼 대기업 계열사와 중소 사업자가 혼재된 시장에서 카카오 '브랜드 메시지' 서비스의 등장으로 시장의 판이 다시 한번 흔들릴 여지가 생긴 건데요. 일단 기업 메시지의 신뢰성, 효과 면에선 카카오 브랜드 메시지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국광고학회 연구에 따르면 기업 메시지에 대한 신뢰성, 보안성, 통제성 등 신뢰 관련 요인 평가에서 카카오 브랜드 메시지가 SMS 광고 대비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한국광고학회는 브랜드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광고 채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전망하는 한편, 광고주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 차원의 문제를 우려하는 것과 별개로, 사업자 입장에선 경쟁 서비스 견제에 열을 올리기보다 혁신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기업 메시징 시장도 시장 논리에 따라 소비자가 판단할 몫"이라며 "기존 업계는 카카오가 소비자와 광고주의 선택을 받는 이유를 분석해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신 3사 로고.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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