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인천국제공항 방역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인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노동자에 대한 고소는 취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에 국회에선 공항공사가 고용승계 책임을 미루며 농성의 원인을 제공해놓고 약자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엄포를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학재 공항공사 사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 출석, "최저임금을 받는 방역 노동자들이 35도 날씨에서 시위를 벌인 상황에서 공항공사가 사과는 못할망정 고소를 하고, 고소는 취하하지 않는 것이 옳으냐"라는 한준호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국가기관이 무력시위에 의해 불법적으로 점거하는 것에 대해 합의만 되면 없었던 일로 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고소 취하 '불가' 입장을 밝힌 겁니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 참석자들에게 한마음노조 위원장 고소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인천공사에서 일하던 방역 노동자들은 공항공사가 새로운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자 고용승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였습니다. 이에 일부 노동자들은 공항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는데, 공항공사는 지난 4일 이명한 한마음노동조합 위원장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8월8일
(단독)인천공항 방역 노동자-세스코 '교섭 결렬'…공항공사, 노조위원장 '고소' 기사를 통해 해당 논란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문제는 이날 국토위에서까지 이어졌습니다 한준호 의원은 이학재 사장에게 "(공항공사의) 고소장 내용을 보면 여성과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위력으로 업무방해를 했다, 철저히 수사해서 피고소인들을 엄벌에 처해달라'라고 되어 있다"며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공사가 제대로 사안을 진행하지 못해 발생한 부분도 있는데 원인 제공을 했던 공사 측의 잘못은 전혀 없는 것이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는 하청업체 간의 문제인데 저희가 적극적으로 중재해서 수용됐다"며 "하지만 11일간 인천공항공사 청사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불법 무단 점거가 된 사항"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공사 청사는 국토교통부, 소방청,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도 있는 국가 종합청사"라며 "향후 이러한 문제가 다른 정부 종합청사나 국가 공기업에서 유사한 사례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어 선례를 남길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 의원과 이 사장의 질의응답하는 과정에선 여야 의원들끼리 충돌도 벌어졌습니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권영진 국민의힘은 의원은 "오늘 의사 안건에 현안 질의가 없는데, (민주당이) 야당 간사인 저와 협의 없이 현안 질의를 하도록 하는 건 (국토위원장의) 의사 진행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당 배준영 의원도 "(인천공사가 있는) 지역구 의원으로서 일방적 의사 진행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고용승계는 이미 다 끝났고 원만하게 타결된 사건인데, 갑자기 기관장을 불러 책임을 묻는 듯한 행위를 하는 것은 원만한 위원회 진행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배 의원의 지역구는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입니다.
반면 국토위원장인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원회가 열렸는데 간사 간 합의가 안 된 의제에 대해서는 논의를 하지 말라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며 "현안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서로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과정이 상임위"라고 맞섰습니다.
다만 이 사장은 향후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맹 위원장이 "앞으로 용역계약 8~9건이 추가로 남아있는데, 과업지시서 내용을 '고용승계를 위해 노력한다'에서 '고용을 승계한다'로 바꿀 의향이 있느냐"라고 묻자, 이 사장은 "국토부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맹 위원장은 "두 가지 쟁점이 남아 있다. 향후 과업지시서 개선 문제와 고소 취하 문제"라며 "차기 회의 때까지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했습니다.
한편, 이학재 사장은 한나라당·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18대부터 20대까지 내리 3선 의원을 지낸 바 있으며,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뒤인 2023년 6월 제10대 인천공항 사장에 임명됐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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