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숨소리)한반도에서 개체수가 줄어든 붉은배새매
2025-08-22 15:02:18 2025-08-22 15:02:18
붉은배새매 암컷이 소나기가 내리자, 연약한 새끼들을 가슴에 품고 있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면 한여름의 무더위도 서서히 누그러진다고 합니다. 그 시기쯤이면 매미의 요란한 울음소리도 차츰 줄어들지요. 그러나 올여름은 예외였습니다. 폭염이 이어지고 매미 소리도 하루 종일 그치지 않았습니다. 온종일 요란스레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반기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붉은배새매(Chinese Sparrowhawk)입니다.
 
둥지 주변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매미 덕에, 어린 새들을 기르는 데 더없이 좋은 여름이었습니다. 붉은배새매는 5월이면 한반도로 날아와 짝을 만나고, 둥지를 틀어 대를 이어갑니다. 7~8월 부화한 어린 새들을 기른 후, 10월쯤 추위를 피해 동남아로 떠납니다.
 
다른 맹금류와 마찬가지로 암컷이 수컷보다 크며, 암컷은 약 33cm, 수컷은 약 30cm 정도입니다. 몸 윗면은 푸른빛이 도는 회색, 가슴은 연한 주황색, 아랫배는 흰색입니다. 부리 위 납막의 뚜렷한 주황색이 멀리서도 붉은배새매를 알아볼 수 있는 식별 포인트입니다. 눈동자는 암컷이 노란색, 수컷은 어두운 붉은색이지만 멀리서는 검게 보입니다.
 
붉은배새매의 먹이는 곤충의 애벌레와 성충을 비롯해, 양서류, 파충류, 설치류, 소형 조류 등 다양합니다. 특히 매미가 땅에서 기어 나와 우화하는 시기가 어린 새들이 한창 자라는 시기와 겹쳐, 이때는 매미가 주요 먹이가 됩니다. 어린 새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개구리, 작은 새, 쥐처럼 덩치가 큰 먹이로 사냥 대상이 바뀝니다.
 
1960~70년대 제 어린 시절, 붉은배새매는 동네 야산의 상수리나무나 논자락 끝에 우뚝 자란 미루나무에 둥지를 자주 틀었습니다. 나무 타기에 능한 윗집 형이 둥지를 기습해 어린 새들을 데려오면, 저는 개구리나 쥐를 먹이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지요.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토록 흔하던 붉은배새매는 이제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어, 둥지를 훼손하거나 어린 새를 잡으면 엄중한 법적 처벌을 받습니다. 사실 보호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야생동물은 함부로 포획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예전의 관습으로 야생동물을 대하면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과거 사냥감이던 많은 동물들이 이제는 인간의 보호 없이는 명맥을 잇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였으니까요.
 
붉은배새매 유조들이 흰솜털이 빠지고 날개깃이 형성되자, 둥지에서 비행연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붉은배새매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처럼 사람들에게 직접 잡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주된 원인은 기후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온 상승으로 주 먹이였던 양서류 개체 수가 줄었고, 번식기 평균 기온이 높아져 생태적 조건이 맞지 않게 되었지요. 특히 번식기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하면, 갓 부화한 어린 새들은 견디기 어렵습니다.
 
오랜 세월 지구에서 살아온 붉은배새매는 지금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반도보다 서늘한 북쪽 지역으로 번식지를 옮기거나, 혹은 여전히 한반도에 머무르지만 폭염이 심한 시기는 피하도록 번식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과거보다 알을 일찍 부화하거나, 반대로 늦게 부화해 어린 새를 기르는 개체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어린 새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적응 전략입니다.
 
그러나 번식 시기를 늦춘 개체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합니다. 이동 시기 전까지 어린 새들이 홀로 사냥할 수 있을 만큼 생존 기술을 익혀야 하는데, 그 기간이 무척 짧습니다. 갑작스럽게 추위가 닥치면 이에 적응하지 못한 어린 새들은 추위를 이겨내기 어렵고 먹이를 확보하지 못해 굶어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붉은배새매뿐 아니라, 모든 생물은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만의 생존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이 시험에서 성공한 종은 지구에서 긴 세월을 더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종은 결국 멸종의 길을 걷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인간도 방관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과욕으로 생긴 기후 변화가 지구촌의 다른 생물의 존속을 좌우하지 않도록 범지구적인 대책과 행동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글, 사진 = 김연수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wildik02@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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