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칩 중 매출 15% 미에 지급…삼성·SK에 ‘여파’
블랙웰 판매 가능성…“성능 낮춰야”
HBM 제조사도…‘고통 분담’ 가능성
2025-08-12 14:11:18 2025-08-12 14:23:11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세 휴전’을 90일 연장한 가운데 엔비디아의 최첨단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을 성능 하향을 전제로 중국에 판매할 수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최근 엔비디아와 AMD에 중국에 저성능 칩 판매를 허용하는 대신 수익의 15%를 정부에 귀속시키는 ‘통행세’를 매긴 데 이어 더 나은 제품의 판매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AI 칩의 중국 수출길은 더 활짝 열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세트사의 수익 악화 부담은 부품사도 함께 짊어지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납품가 인하 압박이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정부는 12일(현지시간) 끝날 예정이던 관세 유예를 11일 90일 연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아울러 브리핑을 통해 대중국 AI 칩 수출 재개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특히 기존에 수출 재개를 허용한 엔비디아의 저사양 제품 H20이 아닌, 신제품 블랙웰을 거론했습니다. 그는 “블랙웰 칩으로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성능을 30~50% 낮춘 블랙웰에 대해서는 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매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당초 중국에 대한 AI 칩 판매를 막던 트럼프 대통령이 전향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최근 엔비디아, AMD와 나눈 합의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양사는 최근 중국에 AI 칩을 판매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미 정부에 귀속시킨다는 조건으로 수출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H20, AMD는 MI308을 중국에 판매할 때 매출의 15%를 정부에 내기로 했습니다. 
 
외신들은 엔비디아, AMD의 중국 거래를 허용하는 대가로 미 정부가 최소 20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봤습니다. 엔비디아의 올해 H20 매출액 예상치로 뉴욕타임스는 150억달러, FT는 230억달러를 내다봤는데, 이 중 15%인 20억~30억달러가 고스란히 미 정부로 흘러들어가는 것입니다. 90일 합의 연장을 통해 중국과의 거래 과정에서 생길 관세 부담을 줄여주고, AI 칩 수출길을 열어주는 대신 수익 일부를 챙긴 셈이 됐습니다. 
 
미국과 양사의 합의로 두 회사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제공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국 업체들의 AI 칩 주문이 재개되면 HBM 납품사인 양사의 고객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AMD에 HBM을 납품 중인 데다 엔비디아 퀄테스트도 진행 중이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게 가장 중요한 납품처입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고부가가치 상품인 블랙웰의 판매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블랙웰에 탑재된 HBM3E를 주력으로 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익성 개선이 기대됩니다. 내년도부터 HBM4 제작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인 가운데 장기적인 HBM3E 고객이 생기는 것도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문제는 15%의 통행세입니다. 엔비디아와 AMD에 15% 가격 부담이 생긴 만큼, 부품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고통을 분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특히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는 만큼 ‘고통 분담’을 요구했을 때 거부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반면, 당장 한국 기업에 여파가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H20 같은 기존 제품 판매의 경우, 신제품을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이미 중국 수출을 위해 만들어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라며 “엔비디아로서도 재고 처분 측면에서 이번 거래는 도움이 된다. 이미 만들어둔 것에까지 부품사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저사양 블랙웰의 출시 및 판매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 전문연구원은 “완제품에 관세 등 가격 부담이 생겼을 때 부품사가 고통을 분담하는 게 일반적이긴 하다”면서도 “실제로 만들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예단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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