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담을 쌓고 지낸 지 오래입니다. 휴대전화 하나면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 굳이 누워 읽으면 팔 아프고, 앉아서 보려면 허리 아프고, 엎드려 읽으려면 눈 아픈 책 읽기는 귀찮은 일임이 분명합니다.
2024년 4월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2023년 기준)으로 나타났습니다.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량은 3.9권으로 앞선 조사가 이뤄진 2021년보다 0.6권 줄었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락가락하는 휴일 낮. 집 안을 둘러보다 분명 거기에 있었지만 ‘있는 줄도 몰랐던’ 책꽂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장으로 다가갔습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책을 많이 읽었나 봅니다. 이것저것 보던 가운데 양장본으로 정돈된 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관정요』. 중국의 명군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당태종의 23년에 걸친 치세 동안 위징 등 신하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입니다. 당태종의 연호가 정관(貞觀), 정요(政要)는 곧은 정치의 요점, 즉 나라를 다스릴 때 핵심이 되는 요체를 일컫는 말입니다.
문답 형식으로 신하들과 대화를 통해 바른 정치를 이끌어가야 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두드러진 대목은 ‘간언’입니다. 신하의 직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간언도 간언 나름인데, 당태종을 뼈 때리게 하는 신하는 ‘위징’입니다. 창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