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법무부가 공무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프리랜서 난민통역인에게 해촉을 통보했지만, 통역인은 이의를 제기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쌍방이 성비위를 저질렀는데, 법무부 공무원은 정직 1개월에 처해졌고, 통역인은 퇴출 처분을 받자 '징계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겁니다.
11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난민통역인 A씨에게 공문을 보내 "난민전문통역인으로서 품위를 손상했다"며 통역인 지위 해촉 예정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8일 법무부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법무부 처분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겁니다. 법무부는 A씨에게 해촉을 예고하면서 만약 수용하지 않겠다면 11일까지 이의를 제기하라고 했습니다.
법무부가 지난 1월16일 난민 통역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147명을 '난민전문통역인'으로 인증, 위촉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가 두 사람의 관계를 인지한 건 지난해 7월 성비위 공무원을 징계해달라는 국민신문고가 접수되면서부터입니다. 이후 법무부는 지난해 12월10일 이후 A씨에게 난민 통역에 관한 일감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A씨가 프리랜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고용계약을 해지한 겁니다.
그런데 법무부가 그로부터 9개월이나 지나서 A씨에게 해촉을 통보하는 공문을 보낸 건 올해 5월 신설된 법무부 훈령 '난민전문통역인 등 운영 규정' 제7조 2항 때문입니다. 해당 조항은 통역인이 직무 태만, 품위 손상, 그 밖의 사유로 일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해당 규정은 법무부가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과 통역인 A씨의 부적절한 관계를 인지한 뒤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자며 만든 규정입니다. 난민법 시행 12년 만의 일입니다. 그간 법무부는 통역인의 위촉·해촉 등의 규정을 내부지침으로 운영해왔는데, 해당 사건이 발생한 뒤 법무부 훈령을 제정했습니다.
하지만 A씨 측은 "프리랜서 노동자의 경우 해촉은 사실상 영구적인 퇴출 징계와 다름없다.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공무원이 받은 징계(정직 1개월)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지난해 12월 해당 공무원과 A씨에 대한 조치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니까 법무부가 급하게 규정을 만들어 프리랜서를 내쫓는 모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두 사람이 한 행위가 같고, 품위 손상을 이유로 징계해야 하는 것이라면 두 사람의 징계 수위가 같아야 한다. 그런데 한 사람은 해촉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정직 1개월이라고 하면 균형이 맞지 않다"며 "통역인이 향후 재위촉을 통해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고 해도 강제 해촉은 3년간 일하지 못하게 돼 사실상 해고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법무부는 "현행 '난민전문통역인 등 운영 규정'과 '난민전문통역인 인증제'의 절차 등에 따르면 (해촉을 당한 사람도) 난민전문통역인으로 새로이 위촉받을 수 있다"고 영구적인 해촉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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