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DSR 규제 미정인데 대출 조이는 은행들
2025-08-05 15:54:19 2025-08-05 17:23:45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에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할지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선제적으로 전세대출 조이기에 들어갔습니다. 은행들은 조건부 전세대출 규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데요. 가계대출 관리 정책에 부응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접근성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권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 확대
 
(그래픽=뉴스토마토)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청을 차단하거나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의 취급을 10월까지 제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는 6일부터 시작되는 이 조치의 대상은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 선순위 채권 말소 또는 감액 조건, 기존 주택 처분 조건 등의 전세대출입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이미 금지된 소유권 이전 조건 전세대출의 취급 제한을 전국으로 확대합니다. 
 
하나은행도 이날부터 9월 중 실행 예정인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NH농협은행도 9월 실행분까지 주담대 및 전세대출 한도가 소진됐고 10월 실행분은 한도를 검토 중입니다. IBK기업은행도 지난 4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타 시중은행들도 현재 이 같은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향후 은행들이 6·27 부동산 대책에 따라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해 전세대출 제한 범위를 더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대출 잔액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말 전세대출 잔액은 123조3554억원으로 전월 대비 3781억원 늘었으며,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 관련 대출은 한 달간 4조5452억원 증가했습니다.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약 2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오는 8~9월까지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실수요자 위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조치"라며 "다만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줄이는 차원에서 대출 취급 예외 조건을 두기로 했다"며 "조건부 취급 대상 중 8월 6일 이전 계약서 작성과 계약금 입금을 마쳤거나 직장 이전, 자녀 교육, 질병 치료 등의 사유로 이사하는 경우에는 심사 후 예외로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대출 신규 접수 중단은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의 하나로 주택시장 안정화와 연중 안정적인 금융 공급 유지를 위해 지난 6월부터 대출 모집 법인별 신규 취급 한도를 부여해왔다"며 "이미 접수된 건은 정상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며, 10월 이후 실행 건에 대해서는 신규 신청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서민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
 
다만 금융당국에 전세대출에 대한 DSR 규제 등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 자체적으로 미리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실소유자 피해만 늘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DSR 대상을 전세자금대출 및 정책 모기지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주담대 규제에 이어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 제도가 무너지면서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세입자들의 자금 조달 여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으며, 전세자금을 충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낮추고 그만큼 월세를 부담하는 '반전세' 계약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갭투자를 막기 위한 취지로 전세대출을 규제하는 것"라며 "당국의 6·27 부동산 대책 외에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총액 관리를 위해 고민을 할 부분은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전세대출 규제를 확대하는 이유는 수도권 갭투자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전세대출 리스크 관리를 위한 목적도 있다"며 "신한은행이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한 만큼 다른 은행도 확대할 수 있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도 규제를 받지 않아 갭투자 확대, 주택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큰 틀에서는 당국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춤과 동시에 갭투자도 막는 셈"이라며 "전세 보증금이 올라서 월세를 돌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월세 보증금과 전세 보증금 차이가 크다 보니 그런 경우는 많지 않을 것 같고 장기적으로는 주거 시장 안정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아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전세대출 포함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음에도 은행권은 선제적으로 전세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의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을 확대가 월세의 전세화를 부추기고 내 집 마련의 주거 사다리인 전세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등 실수요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앞에 전세와 월세 매물 안내문이 붙여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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