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아인슈타인이 틀렸다…"신은 주사위를 던진다"
MIT 물리학자들, 빛의 두 가지 특성 동시에 볼 수 없다는 것 실험으로 확인
2025-08-05 10:54:18 2025-08-05 14:30:12
볼프강 케털레(Wolfgang Ketterle) MIT 교수. (사진=MIT 홈페이지 캡처)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아인슈타인은 1944년에 물리학자 막스 보른에게 보낸 편지에서 "신은 우주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God does not play dice with the universe)"라고 썼습니다. 이 말은 그의 물리학 철학 전체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선언이며, 특히 양자역학의 확률적·비결정론적 해석에 대한 깊은 불신과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자연은 본질적으로 우연이나 확률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모든 현상은 인과 관계로 결정돼 있으며, 우리가 모를 뿐이지 실제 상태는 항상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주의 삼라만상이 확률의 우연이 아니라 인과 관계의 필연이라는 결정론(determinism)적 우주관입니다. 
 
양자역학이 불편한 아인슈타인의 직관
 
그런데 입자의 상태는 측정되기 전까지 고정돼 있지 않으며, 관측 행위가 그 상태를 결정한다는 해석은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Solvay Conference)에서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에 의해 정립된 '코펜하겐 해석'의 중심 개념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부정하기 위해 1935년 "물리적 현실에 대한 양자역학적 설명이 완전하다고 볼 수 있을까(Can Quantum-Mechanical Description of Physical Reality Be Considered Complete)"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유명한 'EPR 역설'을 제시했습니다. 그 역설은 어떤 물리량은 관측하지 않아도 실존해야 한다는 현재성(Realism), 그리고 어떤 사건도 빛보다 빠르게 다른 곳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국소성(Locality)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두 장의 카드 A, B는 각각 빨간색 또는 파란색일 수 있지만 항상 다른 색입니다. 이 카드 두 장을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고, A를 열었더니 빨강입니다. 그러면 B는 즉시 파랑으로 판명됩니다. 그런데 이 정보가 빛보다 빠르게 전달됐는가, 아니면 원래부터 정해져 있었는가. EPR은 "원래부터 정해져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양자역학은 "정해지지 않았고, A를 본 순간 파란색이면 B는 빨간색으로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A를 보기 전까지는 B의 색깔은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EPR 이후 수십 년 간의 실험은 점차 양자역학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원자 단위에서 이중 슬릿 실험 구현
 
최근 볼프강 케털레(Wolfgang Ketterle) 교수가 이끄는 MIT 연구팀이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한 연구논문이 물리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제목은 "단일 원자 파동꾸러미에 의한 위상 정합 및 비정합 광 산란(Coherent and Incoherent Light Scattering by Single-Atom Wave Packets)". 제목은 빛의 산란에 관한 것이지만 내용은 단순한 광학 실험 결과가 아닙니다. 이 논문은 단 한 개의 원자가 내는 빛조차도,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에 따라 ‘빛의 본질’이 바뀐다는 놀라운 사실을 실험적으로 보여줬습니다. 
 
MIT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1만개가 넘는 원자를 절대온도에 가깝게 냉각시켰습니다. 그런 다음 레이저 빔을 교차시켜 형성된 광학 격자를 이용해, 초저온 상태의 원자들을 균일한 간격으로 배열했습니다. 이러한 배열에서 각 원자는 다른 원자와 충분히 떨어져 있어서 사실상 각각 고립된 동일한 원자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자 1만개는 하나 또는 두 개의 원자보다 더 쉽게 감지되는 신호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배열을 통해 원자에 약한 광선을 비추면 단일 광자가 두 개의 인접한 원자에서 파동이나 입자 형태로 어떻게 산란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빛의 입자와 파동이라는 이중적 성질을 관찰할 수 있는 대표적 실험인 이중 슬릿 실험을 보다 이상적인 조건에서 정밀하게 재현한 것입니다. 
 
진공 챔버에 떠 있는 두 개의 단일 원자에 레이저 빔을 비춰 두 개의 슬릿처럼 작용하도록 만들고 산란된 빛의 간섭은 스크린으로 묘사된 고감도 카메라로 기록된다. 비간섭성 빛은 배경으로 나타나며, 이는 광자가 하나의 슬릿만 통과하는 입자처럼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사진=MIT)
 
한 개의 원자, 그리고 그 빛이 '알려질 때' 사라지는 간섭무늬
 
이번 MIT 실험의 장치는 정밀하게 조절된 광학 격자 속에 놓인 단일 원자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원자에 레이저를 쏘고, 튀어나오는 빛을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빛이 '어느' 원자에서 나왔는지를 알 수 있는 경우, 빛은 간섭하지 않았고 그 빛이 정확히 어느 원자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들면, 빛은 파동처럼 퍼지며 간섭무늬를 그렸습니다. 
 
즉, 정보의 존재 유무가 물리적 결과를 바꾼 것입니다. 빛이 우리가 알고 있느냐에 따라 '파동'이 되기도 하고 '입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사고실험(Gedanken experiment)의 범주를 넘어, 실제 장비와 정량적 수치에 기반한 반복 가능한 실험으로 입증된 결과입니다. 
 
이 연구가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실제로 관측했는지 여부보다 '그 정보를 알 수 있는가'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실험 조건을 바꾸어 원자 위치에 대한 정보를 흐리거나 지웠습니다. 그랬더니 산란된 빛이 마치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간섭무늬를 나타냈습니다. 
 
그 반대도 성립했습니다. 원자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되살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 간섭은 즉시 사라졌습니다. 이 현상은 양자역학에서 주장하는 '그것이 실제로 어떤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미래를 비추는 한 줄기 빛
 
이제 우리는 단지 레이저를 쏘고 반사된 빛을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서, 빛 그 자체가 세상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단일 원자 단위에서 양자 간섭(quantum interference)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양자 정보 처리, 센서 기술, 나노 광학 등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나의 빛'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빛은 단순히 나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달리 드러냅니다. 
 
MIT의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실험인 이중 슬릿 실험을 단일 원자 수준에서 이상적인 조건으로 구현했습니다. 이 연구는 원자 수준의 정밀도로, 빛이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지니며 관측 조건에 따라 그 성질을 달리 드러낸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관측 가능성이 양자 상태를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이 제기한 EPR 역설에 대한 양자역학의 반론을 뒷받침했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