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미국이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과도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하면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한국산 차량의 가격경쟁력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완성차 업계는 관세율 15%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한미 관세 협상 결과를 예의 주시하는 한편, 현지 생산 및 부품 조달 확대를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지난 4월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 앞에 수출용 차량을 실은 카캐리어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과 EU는 상호 관세 부과 시한을 나흘 앞둔 27일(현지시간)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 관세를 부과키로 했습니다. 여기에는 자동차도 포함됩니다. 한국 정부는 상호관세 부과일(8월1일)을 하루 앞둔 오는 31일 미 워싱턴 D.C.에서 최종 담판 성격의 ‘1+1 회담’을 갖습니다.
이 자리에서 일본·EU 수준의 관세 인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한국산 차량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완성차 업계는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동시에 고율 관세에 대비한 생산 전략 전환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25%의 자동차 부품 관세 대응을 위해, 200여개 부품의 현지 조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앞선 24일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재료비·가공비 절감은 물론 부품 소싱 변경을 추진하여, 생산 효율화를 통한 근본적인 대응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0여개의 부품에 대해 선정 업체들로부터 견적을 받았으며, 여기서(한국) 수출하는 것이 나은지 현지에서 소싱하는 것이 나은지, 현지 소싱하면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것이 최적인지 등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선정한 업체들이 기존 협력사인지 새롭게 접촉하는 회사인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업체 관련 사안은 확인이 어렵지만, 부품 현지화 우선순위 리스트 수립 및 현지 공급 업체 발굴 등을 통해 관세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했습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현지 부품 조달률은 48.6%로 혼다(62.3%), 도요타(53.7%) 등과 비교해 낮습니다.
전문가들도 자동차 부품의 고율 관세가 완성차 업계 수익성에 압박을 주는 만큼, 일부 부품에 대한 현지 조달이 이뤄질 것으로 봤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부품은 현지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겠지만, 인건비가 비싸고 품질 기준을 만족하는 협력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아는 생산 물량 자체를 늘려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지난 25일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전적으로 미국 내에 공급하면서 대응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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