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가 이번 2분기 HBM의 힘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메모리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차세대 제품인 ‘HBM4(6세대)’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며 추격의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HBM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삼성전자는 당면한 HBM4 엔비디아 납품을 통해 지금까지 전개됐던 SK하이닉스의 독과점 행진을 저지할 방침입니다. 반면, 올해 초 일찌감치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제공한 SK하이닉스는 거머쥔 시장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SK하이닉스가 고객사에 샘플로 제공한 HBM4. (사진=SK하이닉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3분기 안으로 글로벌 주요 고객사에 HBM4 양산 샘플을 전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현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메모리사업부는 최근 1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급 1c 공정을 적용한 D램의 내부 양산 승인(PRA)을 획득했습니다. PRA는 양산 전환을 위한 기술 요건을 충족했을 때 부여되는 절차인데, 이 공정을 기반으로 삼성전자가 HBM4에서 반전을 노릴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삼성전자는 현재 AMD와 브로드컴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와 HBM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AMD가 이번 분기에 출시할 신형 인공지능(AI) 가속기 ‘MI350X’ 시리즈에 ‘HBME3(5세대)’ 12단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고 밝히며, 자사 HBM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했습니다. 아울러 팰리스 업체인 브로드컴에도 HBM3E 8단 제품을 공급 중입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높은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선두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전략입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진행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3월 HBM4 샘플을 업계 최초로 고객사들에 공급했다”며 “향후 고객 요구 시점에 맞게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4 준비 작업을 순조롭게 하는 동시에, 수익성 측면에서도 최적의 방안을 찾을 복안입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메모리사 간 HBM4의 경쟁 심화 등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존재합니다. HBM4는 이전 세대보다 단자 수도 늘고 다이 크기도 증가하는 등 고난도 기술이 요구돼 더 높은 원가가 들어갑니다.
K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1b D램 메모리 웨이퍼 비용이 2000~2500달러입니다. 그러나 대만 TSMC에서 생산하는 HBM4 로직 웨이퍼는 7000~8000달러로 기존보다 가격이 3~4배 높습니다. 또 적전 세대보다 다이 크기가 15~20% 커져 가격이 30% 이상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과 관련해 김기태 SK하이닉스 담당은 “HBM4는 원가 상승을 고려한 가격 정책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재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고객과 최적의 가격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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