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인 9조2129억원을 기록하며 축포를 터뜨렸습니다. 2년 전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8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 과거와 비교하면 엄청난 반전입니다. 호실적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분기에 세계 AI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HBM 공급망 핵심 축인 SK하이닉스는 HBM을 납품하지 못한 삼성전자보다 약 2배 높은 수준의 수익을 벌어들였습니다. 남은 하반기에도 HBM을 포함한 메모리 수요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SK하이닉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이천캠퍼스 M16 공장.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24일 올 2분기 경영 실적으로 매출액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35%, 68% 증가한 수치입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4분기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6조996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0% 상승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적극 투자하면서 AI용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예상을 웃도는 출하량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AI용 메모리반도체의 높은 경쟁력이 역대급 실적의 배경입니다. D램에서는 5세대 HBM인 ‘HBM3E’ 12단 판매가 본격적으로 확대됐고, 낸드플래시 사업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불확실성으로 전체 고객사에서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메모리반도체 불황 시기였던 지난 2022년 말부터 2023년 말까지, SK하이닉스는 1년 내내 매 분기 적자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4분기 10년 만에 1조7012억원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23년 1분기 3조4023억원 △2023년 2분기 2조8821억원 △2023년 3분기 1조7920억원 등 연달아 ‘조 단위’ 적자를 내며 부진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2023년 4분기 영업이익 3400억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적자 늪을 벗어났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된 HBM의 수요가 살아나면서 적자 고리가 끊어진 것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 분기마다 실적 상승 폭을 키워갔고,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8조828억원 달성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지난 2023년 연간 7조7303억원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연간 23조4673억원 영업이익 달성으로 대반전에 성공합니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 이 같은 호실적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SK하이닉스의 경영 실적 변화 그래프.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매번 삼성 자존심 구기는 SK하닉
또 엔비디아 HBM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한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SK하이닉스의 최근 실적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넘어, 가전과 스마트폰 등을 모두 포함한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계속 넘어서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이번 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삼성전자의 전사 영업이익을 추월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인 4조6000억원입니다. 업계에서는 DS부문의 영업이익을 1조원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HBM 경쟁력을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갈아치운 성과로 SK하이닉스의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7조원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 1분기 대비 2조7000억원 늘어난 규모입니다. 차입금 비율은 25%, 순차입금 비율은 6%를 기록했으며, 순차입금도 1분기 말보다 4조1000억원이나 크게 줄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3∼2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HPE 디스커버 2025에 참가해 HBM을 전시했다. (사진=SK하이닉스)
투자 늘려 HBM4 경쟁사 추격 저지
올해 HBM 물량을 모두 판매한 SK하이닉스는 남은 하반기에도 실적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현재 주력 제품인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 중입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3, 4분기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각각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도 하반기 메모리 수요 상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기존 계획보다 올해 HBM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한 상태입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날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상반기에 기존 계획 대비 많은 (제품의) 출하로, 하반기 수요 둔화 우려가 있지만 시장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내년 HBM의 원활한 고객 대응을 위해 일부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며 올해 투자는 기존 계획 대비 증가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투자의 대부분은 HBM 장비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종 투자 규모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와 협의가 완료되는 시점에 확정할 예정입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외 브로드컴, 아마존 등 늘어나고 있는 고객사 수요를 위해 생산력 확대도 가속화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HBM을 전년 대비 약 2배로 성장시켜 안정적인 실적을 창출할 목적입니다. 내년에도 청주 M15X 공장은 기존 계획대로 올해 4분기에 열어 HBM을 포함한 D램 생산량을 한층 높일 방침입니다. 오는 2027년 2분기에는 용인 1기 공장도 준공됩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인 ‘HBM4’를 고객 요구 시점에 맞춰 적기에 공급해 HBM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할 전략입니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내년 수요 가시성이 확보된 HBM4 등 주요 제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올해 일부 선제적인 투자를 집행하겠다”며 “AI 생태계가 요구하는 최고 품질과 성능의 제품을 적시 출시해 고객 만족과 시장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