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총수의 칼날)③AI·바이오·우주에 베팅…수익화는 '미정'
현대차 등 장기 전략 직접 진두지휘
위험·장기 회수 특성으로 실적 부담 확대
"구체적 수익모델과 성과지표 병행 필요"
2025-07-25 06:00:00 2025-07-2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3일 14:4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주요 그룹사들이 ‘선택과 집중’ 전략 아래 사업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특히 이번 리밸런싱 국면은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 결정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결이 사뭇 다르다.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지주사와 총수의 역할, 그리고 그 개입의 실효성에 대해 시장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그룹사의 사업 구조조정 현황과 총수 주도 리더십의 양상, 구조개편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주요 그룹 총수들이 미래 산업을 향해 전면적인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과거에는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현재의 리밸런싱은 직접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전략을 진두지휘한다는 점이 다르다. 다만 주요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바이오, 우주·에너지 등 비슷한 영역을 동시에 집중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게다가 그룹의 장기 비전을 설계하고 있지만 수익화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변수다.
 

(사진= 현대차그룹)
 
AI부터 방산·우주까지…총수가 제시한 미래 비전
 
23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은 △전동화 △로보틱스 △도심항공교통(UAM)을 삼각축으로 한 장기 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8월 ‘현대웨이’ 전략을 발표하고 오는 2033년까지 12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UAM 전담 자회사 슈퍼널을 통해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S-A2’를 개발 중이며, 오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국토교통부의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 사업도 일부 완료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 또한 UAM 사업에 힘을 싣는 것도 호재다. 김포공항 혁신지구 조성, 항공·우주산업 육성 등과 맞물려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기대감이 높다.
 
다만 대규모 투자에 비해 가시적인 실적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2020년 미국 앱티브와 합작으로 설립한 자율주행 법인 모셔널은 현재 누적 손실만 2조원을 넘긴 상황이다. 지난해 앱티브 측이 철수 의사를 밝히자 현대차그룹은 추가로 9억2300만달러(약 1조2700억원)를 투입해 지분 85%를 확보했다. 경영권은 가져왔지만 완전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사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약 1조원에 인수했지만 최근 4년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440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모셔널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 플랫폼은 기술력에서 경쟁사인 테슬라, 웨이모 등과 비교해 우위가 없고, 상용화 데이터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모셔널의 기술력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슈퍼널, 모셔널 등 일부 법인에서 인력 감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회사의 로드맵, 가용 자원, 연간 계획 등을 고려한 운용 전략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세대 제품 개발, 핵심 신기술 선점,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가속화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투자 전략이 당장 변동된 것은 없다"면서도 "차후 전략 발표에 수정 사항이 있다면 오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나 인베스터데이(투자자 소통 프로그램) 등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자은 LS(006260)그룹 회장 또한 전면에 나서 ‘양손잡이 경영’으로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중이다. 양손잡이 경영이란 기존 전력 케이블, 전력기기 등 전통 사업과 탄소 배출 없는 전력(CFE)과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관련 사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 회장은 지난 2023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총 2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 2022년 구 회장이 취임 이후 지주사인 LS의 자본적지출(CAPEX)는 2022년 4837억원에서 2023년 5930억원, 지난해 8863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화(000880)그룹은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에너지·방산·우주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000880)큐셀을 통한 북미 태양광 설비 확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무기 수출 확대, 한화시스템(272210)의 위성개발과 항공전자 기술 확보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장기 투자 특수성 실적 리스크 발목…총수 중심 전략 실효성 시험
 
이처럼 총수들이 미래 산업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고위험·장기 회수 특성을 가진 분야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실적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AI와 바이오 등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반면 수익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게다가 사업 환경에 따라 당장의 실적과 수익성이 떨어지면 미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도 변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로보틱스·UAM 사업을 담당하는 모셔널, 보스턴다이내믹스, 슈퍼널 등에서 최근 인력 감축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 발표 이후 글로벌 관세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정 등 예기치 못한 외부 요인이 발생하면서 단기 수익 창출이 어려운 신사업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롯데그룹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분야 진출을 선언하고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이 바이오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나 후발주자로서 새로운 활로 모색은 힘든 데다 실적마저 악화되고 있어 진퇴양난이다. 게다가 롯데케미칼(011170), 롯데건설 등 그룹 계열사의 재무 위기가 겹치면서 대규모 투자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실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234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는 투자 집행에 따른 비용 증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2년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한 이후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에 진입했지만 단기간 내 수익성 확보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30년까지 총 4조6000억원을 투자해 제조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은 5810억원으로 전년도(1104억원)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총수 중심의 빠른 결단은 단기적 실행력에는 강점을 가질 수 있지만, 내부 지배구조나 중간 관리조직과의 전략 정렬이 부족하면 오히려 실행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단순한 방향 설정이 아닌 구체적인 수익모델과 성과지표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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