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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17일 18: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주요 그룹사들이 ‘선택과 집중’ 전략 아래 사업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특히 이번 리밸런싱 국면은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 결정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결이 사뭇 다르다.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지주사와 총수의 역할, 그리고 그 개입의 실효성에 대해 시장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그룹사의 사업 구조조정 현황과 총수 주도 리더십의 양상, 구조개편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총수의 결단에 따른 리밸런싱과 신사업 전개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효율성을 갖지만, 반면에 개인의 역량과 판단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 불안정, 사법 리스크 등 총수 리스크가 구조조정 추진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한국앤컴퍼니)
총수의 신사업 추진 속도 장점…실패시 지배구조 리스크 '직격탄'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000240)는 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 등으로 한국ESG기준원이 올 2분기 ESG경영 등급 발표에서 직전 분기(B+)보다 떨어진 B등급을 받았다. B등급은 다소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상태로 체제 개선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난해
한온시스템(018880) 인수로 외형을 확대한 데 이어, 올해는 그룹 최초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인 한국앤컴퍼니벤처스를 설립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주요 사업을 사실상 총괄해 온 조 회장의 구속으로 그룹 전체가 오너 부재 위기에 직면했다. 자본금 150억원 규모로 출범한 CVC는 향후 수백억원대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내부에서는 사실상 사업 추진이 멈췄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한국앤컴퍼니는 조 회장이 그룹의 핵심 의사결정을 모두 주도해온 만큼, 공동대표인 박종호 대표가 수습에 나서더라도 이사회가 독립적 경영을 이끌기는 어렵다는 회의적 시선도 제기된다. 조 회장은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 42.03%를 보유 중이며,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 등 우호지분을 포함하면 47% 이상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 지분 30.67%,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지분 54.77%를 보유하고 있어, ‘조현범→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한온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구조가 구축돼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높은 ESG 쟁점이 빈번하게 발생할 경우 ESG 관리체계가 원활하게 운영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면서 “한국앤컴퍼니는 지배구조 영역에 대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SK·대명소노도 리스크 노출…속도전 뒤에 가려진 재무 부담
SK(003600)그룹은 최태원 회장 주도로 AI·신소재·바이오 등 미래 산업 중심 대전환을 추진하며 그룹의 ‘퀀텀점프’를 예고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000660)(반도체), SK브로드밴드(데이터센터),
SK텔레콤(017670)·SK AX(통신·ICT)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7조원을 투자해 울산에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계획도 공식화했다. 이를 포함해 2030년까지 AI와 반도체 분야에 총 82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신사업 드라이브 이면에는 기존 핵심 사업군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병행되고 있다. SK그룹의 사업 축은 △반도체 △배터리 △석유화학 △통신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석유화학과 배터리 부문에 대한 리밸런싱이 가장 강도 높게 진행된다.
최근
SK이노베이션(096770)은 LNG·발전소·도시가스 자산 등 에너지 인프라를 대거 유동화하는 작업에 착수해 총 5조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 계열사인 SK리츠와 함께 추진하던 주유소 기반 에너지 플랫폼 사업도 중단한 상태다. 수익성이 높은 LNG 자산을 담보로 현금을 확보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알짜 담보까지 제공하면서 자금조달에 허덕이는 이유가 SK온의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지급할 투자금 상환 압박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이 상환 금액은 약 3조원 중후반대로 당초 기대했던 적격상장(Q-IPO) 성사가 불투명해지면서 SK이노베이션이 다시 SK온을 100% 자회사로 전환하려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IMM크레딧앤솔루션으로부터 SK엔무브 지분 30%를 약 8600억원에 되사들였다. 윤활유 제조사인 SK엔무브의 지배력을 다시 확보해 SK온과의 합병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보령LNG터미널 지분 50% 매각도 진행 중인데, 해당 자산은 지난해에만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1800억원을 기록한 알짜 자산으로 평가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23년 17조원에 달했던 순차임금이 지난해 30조8064억원까지 뛰더니 올 1분기 35조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기간 부채비율 또한 169.3%에서 207%까지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순현금흐름이 설비투자(CAPEX) 대비 5조원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탄 확보가 시급한 가운데, 리밸런싱 효과가 재무 안정성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단기적 성과에 집중한 나머지 장기적인 기업가치 훼손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 주력사업의 매출 감소를 신사업으로 즉각 보완하기 어렵고, 신기술 확보나 시장 선점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쉽지 않다는 점도 현실적인 장애물로 꼽힌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그룹에서도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 사업 재편을 이끄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이 대표적이다. 서준혁 그룹 회장은 취임 2년 만에 리조트 중심의 전통 구조에서 벗어나 항공·관광 플랫폼 사업 전환에 나섰다. 티웨이항공 인수와 지주사 격인 소노인터내셔널 상장 추진 모두 총수 주도 전략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급격한 외형 확장 이후 수익성 저하와 부채비율 상승 문제가 부각되면서 기업공개(IPO) 성공 여부에 대한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소노인터내셔널의 성과표에는 앞으로 지분법 관계기업으로 편입될
티웨이항공(091810)의 실적이 반영된다.
대명소노그룹이 인수한 티웨이항공의 부채비율은 20203년 717.0%, 지난해 1798.9%에서 올 1분기 무려 4353.0%에 달한다. 총수의 미래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인수한 기업의 재무상태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셈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총수 의지가 강하면 빠른 전략 집행은 가능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신사업의 경우 리스크가 배가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LS(006260)그룹도 구자은 회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구리소재 기반의 신성장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상법 개정으로 인한 지배구조 리스크, 내부거래 관련 재판 등의 리더십 위협 요소가 상존하는 상황이다. 오너가 리스크가 신사업 전략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양상이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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