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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7일 17:0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롯데그룹이 한국과 일본을 양축으로 글로벌 바이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과 화학, 건설 등 전통 주력 사업의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신동빈 그룹 회장의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법인을 통해 유망 기업 투자를 연달아 이어가고, 국내 법인을 통해서는 미국 생산시설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공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신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고 장남인 신유열 미래성장실장 겸 부사장이 실무를 총괄하면서 오너 일가가 바이오 사업에 힘을 싣는 행보가 뚜렷하다. 시장에서는 롯데의 바이오 투자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롯데그룹)
일본 HB-CVC, 1년 새 5건 투자…롯데바이오로직스와 시너지 구축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해 8월 출자한 기업형 벤처캐피털(HB-CVC)을 통해 1년 동안 5건 이상의 바이오 벤처 투자를 단행하며 유통을 넘어 바이오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면역조절제 개발사 누빅 테라퓨딕스를 시작으로 올해에만 △ 4월 링크메드 시리즈B △ 6월 엘릭시론 이뮤노테라퓨틱스의 시리즈B 펀딩 △ 8월 피지올로가스 테크놀로지스 시리즈A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 카토그래피 바이오사이언스 시리즈B 펀딩 등 연달아 투자에 나서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중이다. 투자 금액은 비공개지만 대부분 항체치료제와 면역 기반 신약개발 기업들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HB-CVC는 지난해 8월 30억엔(약 298억원) 규모로 출범해 바이오 특화한 벤처 투자를 적극 전개 중이다. 특히 국내 롯데바이오로직스와의 시너지를 낼 투자처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CVC의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 국내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구조다. 현재 CVC를 이끄는 인물은 백현준 롯데바이오로직스 기타비상무이사로, 한국과 일본의 바이오 투자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맡고 있다.
IB업계 한 바이오투자 전문가는 <IB토마토>에 “HB-CVC는 초기 단계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며 기술 확보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생산 인프라를 맡는 투트랙 전략을 구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빈·신유열, 미국 시러큐스 공장 동행…ADC 수주 확대 지시
한국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중심축을 맡고 있다. 지분은
롯데지주(004990) 80%, 일본 롯데홀딩스 20%로 구성돼 있다. 롯데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 실장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을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그가 등기임원으로 참여한 유일한 국내 계열사로,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무대인 셈이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신 회장이 직접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의 롯데바이오로직스 바이오 캠퍼스를 방문해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시설을 점검했다. 시설 가동 이후 신 회장이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는 신 실장도 함께해 오너 일가가 바이오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신 회장은 이날 ADC 시설 가동식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는 바이오 산업을 넘어 그룹 전체 성장을 이끌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유열 부사장 역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미래를 대표하는 회사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히는 등 바이오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함께 드러내기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4대 신성장 사업으로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을 세우고 미래 신성장 사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롯데가 유통 중심 그룹에서 바이오 중심 그룹으로 체질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를 갖춘다면 단기 실적 부진을 상쇄할 신성장 축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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