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SOS’ 외친 석화업계…“전기료 감면”
석화·전남도, 10% 전기요금 감면 요청
지난해 여수산단 전기요금 약 2조원
정부, 형평성 문제·한전 부채 등 난색
2025-07-22 14:52:46 2025-07-23 08:50:18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산 저가 공세로 벼랑 끝에 몰린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결국 정부에 공식적인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업계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근 4년간 70% 이상 오른 전기요금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산업인 석화업계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됐다는 것입니다. 
 
전남 여수에 위치한 여수국가산업단지. (사진=뉴시스)
 
22일 석유화학업계와 전라남도 측에 따르면, 전남 여수석유화학단지 입주 기업들은 전남도 측과 함께 국정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킬로와트시(kWh)당 182.7원에서 160~165원으로 2~5년간 인하해달라고 공식 요청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인상된 대용량 산업용 전력요금 상승분(10.2%)만큼 내려달라는 것입니다.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 4년간 73.2% 올랐습니다.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울산과 충남 서산(대산)도 정부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과 전기요금 감면 요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완섭 서산시장은 대산석유화학단지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업계는 수년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롯데케미칼이 8941억원, LG화학이 5632억원, 한화솔루션이 300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주요 기업 대부분이 손실을 냈습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2023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요 기업들은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전기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알기 어렵지만, 대규모 기업들은 매년 3000억원 이상을 전기료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다만 정부는 전기요금 감면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선 전기요금을 석화업계에만 인하할 경우, 철강 등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의 부채가 205조원에 달할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황인 점도 부담입니다. 특히 석화업계는 전체 산업용 전기의 약 15%를 소비하고 있어, 전기요금 감면 시 한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벼랑 끝에 몰린 석화업계를 위해 일시적인 전기요금 감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적한 형평성 논란은 이해하지만, 현재 석화업계는 구조적 불황에 직면해 한계산업으로 몰리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전기요금 감면을 통해 숨통을 틔우고, 장기적으로는 R&D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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