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김건희씨의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했던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희림)가 건축설계사로선 유일하게 2023년 인도네시아 수주지원단에 포함됐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정부가 동남아시아 건설 수주를 위해 꾸린 인도네시아 수주지원단엔 종합건설사 10곳 이상도 이름을 올렸는데, 설계·감리를 맡은 건축설계사로 참여하는 건 희림이 유일합니다. 희림은 앞서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수주지원단에도 포함됐습니다. 공교롭게도 희림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각종 공사를 따내며 특혜 의혹이 제기됐던 곳입니다.
희림, 윤석열정부 '해외건설 수주' 프로젝트팀 단골
국토교통부는 2023년 3월 인도네시아 '원팀코리아 수주지원단'을 만들었습니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초부터 "2027년까지 해외 건설·인프라 사업 '연 500달러' 수주"를 목표로 내걸었는데,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민·관 합동 프로젝트팀을 꾸린 겁니다. 원팀코리아 단장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맡았습니다. 당시 수주지원단엔 해외건설협회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자원공사(KIND) 등 협회·공공기관 10곳을 포함해 건설·스마트시티·모빌리티 부문 기업 60곳이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60곳 중 건축설계사로는 희림이 유일하게 참여했습니다.
마이클 다이크 뉴 무라바 최고경영자(CEO)와 정영균 희림건축 회장이 지난 3일 서울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연합뉴스)
건축설계사는 건축물의 설계·건설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입니다. 건축물의 디자인과 기능, 안전성 등을 고려해 설계 도면을 작성하고 시공 과정 전반을 관리하는데, 현장에서 건축물이 제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는 감리가 핵심입니다. 인도네시아 해외 건설 시공 과정 전반을 관리하는 건 희림이 독점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해외 사업을 수주해야 하는데 건축설계사로 희림만 들어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해외 수주는 설계부터 시작해서 시공·감리까지 건설 사업관리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설계사나 감리사가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흔히 해외 건설이라고 하면 주로 시공만 생각하지만, 시공에서는 이윤창출이 크지 않고 감리나 설계가 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했습니다.
매출과 인력 규모로 따졌을 때 희림은 건축설계사 업계에선 상위권에 속하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후 희림이 연이어 해외 건설 수주지원단에 포함된 걸 두고선 업계에선 뒷말이 무성한 게 사실입니다.
희림, 코바나에 3차례 후원…3년간 1779억 '수주'
희림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김건희씨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윤석열정부 출범 후 희림의 공사 수주가 급증했다는 겁니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이 조달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희림은 2022년 5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총 33건의 공사를 수행했고, 금액은 1779억6546만원에 달합니다. 윤씨 취임 전 3년3개월간 희림이 586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3배나 는 겁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희림이 해외 수주지원단에 이름을 올린 건 인도네시아가 처음은 아닙니다. 2022년 11월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지원단에도 참여했습니다. 여기엔 희림과 해안건축이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건축설계사로서 2022년 사우디, 이듬해 인도네시아 수주지원단까지 모두 참여한 건 희림이 유일합니다.
그런데 사우디 수주지원단에 희림이 들어간 건 또 다른 논란을 낳았습니다. 희림이 사우디 수주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11월4일 이 회사 주가는 최고 1만485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전날인 11월3일 종가가 1만1850원이었던 걸 고려하면 하루 새 25.31%가 뛴 겁니다. 11월4일 정영균 회장은 보유 지분 가운데 4.62%를 매도, 82억여원을 현금으로 만들었습니다. 약 1년반 동안 정 회장이 회사 주식을 사고팔며 얻은 시세차익은 무려 100억원이 넘습니다. 희림 주가는 2025년 7월8일 종가 기준으로 5140원입니다.
윤석열씨가 2022년 7월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인니 정상회담에 앞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친교환담 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뉴스토마토>는 희림이 잇따라 해외 건설 수주지원단에 참여하게 된 것에 관해 희림, 국토부, 해외건설협회 등에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희림은 "수주지원단에는 보통 추천으로 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했던 기업으로서 윤석열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 산하 협회인 해외건설협회에서 인도네시아 내 기업활동을 하거나 기업 활동 의지가 있는 기업들 추천을 받았다"며 "별도로 선발 절차를 진행했던 것은 아니고, (해외 수주) 의지가 있거나 활동하고 있는 경우 추천된 회사들은 다 갔다"고 말했습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공지를 하고 업체가 참가하고 싶다고 하면 전달하는 것"이라며 "정부 대 정부 협의니깐, 국토부랑 협의해 수주지원단에 참여할 업체를 정하는 것이지 협회가 단독으로 누군가를 추천하거나 그러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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