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6개 부처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민정수석도 새롭게 발탁했는데요. 이재명정부의 검찰·사법 개혁 의지로 해석됩니다. 다만 민정수석에 또다시 검찰 출신을 지명하면서 개혁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다 '딜레마'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관료부터 기업인까지…'실용' 방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오늘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과 민정수석을 임명하고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였으며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 위촉과 함께 국정원 차관급 3명 임명, 또 식약처장 유임 등 차관급 인사도 단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6개 부처 장관에 △구윤철 기재부 장관 후보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각각 임명했습니다.
초대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은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예산통'이자 정통 관료 출신입니다. 구 전 실장은 문재인정부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지내면서 범부처 정책 조정을 총괄했으며, 기재부 2차관으로 예산 분야에서도 깊은 전문성을 갖고 있습니다.
구 전 실장의 임명에 따라 이재명정부의 경제 방향도 '내수 진작'을 기조로 '확장 재정' 정책도 뒷받침될 전망입니다. 강 실장은 "레볼루션 코리아, AI(인공지능) 코리아 등 저서에서도 나타나듯이 대한민국 혁신을 고민한 인물이며, 국가 재정은 물론 정책 전반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토대로 대한민국 성장의 길을 찾을 적임자"라고 설명했습니다.
산자부 장관에는 관료 출신이자 현재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임명됐는데요. 그는 기재부 정책기획관을 거치고 한국은행에서 근무한 관료 출신이기도 한데요. 세계은행 협조금융 전문가를 맡으며 '정책통'으로도 통합니다.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에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발탁된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인을 발탁한 이재명정부의 '실용' 기조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차관급 인사도 단행했습니다. 차관급 인사에는 국가정보원 1차장에 이동수 전 국정원 단장, 2차장에 김호홍 전 국정원 단장을 기획조정실장에는 김이수 변호사를 임명했습니다.
특히 이날 발표에서 이 대통령의 '통합' 정신도 엿보였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은 유임을 결정했습니다. 송미령 농림식품부 장관 유임과 마찬가지로 진영이 아니라 '실력'에 의한 결정이라는 설명으로, 통합 정신을 강조한 겁니다.
이와 더불어 친문(친문재인)계로 대표되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장관급 인사인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으로 발탁했습니다. 계파 갈등 불식을 위한 당내 통합 인사로 풀이됩니다. 초대 경청통합수석에는 진성환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비서실장을 내정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5개 부처 차관 인사도 단행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에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 법무부 차관에 이진수 대검찰청 형사부장,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 보건복지부 2차관에 이형훈 현 재단법인 한국공공조직은행장, 국토교통부 1차관에 이상경 현 가천대 도시계획 조경학부 교수를 임명했습니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성환 경청통합수석비서관, 강 비서실장, 봉욱 민정수석. (사진=뉴시스)
오광수 이어 또다시 '검찰 출신' 민정수석
이날 인사에서 이재명정부의 검찰·사법 개혁 사령탑 인선도 완료됐습니다. 초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정성호 의원은 원조 친명(친이재명) 그룹인 '7인회' 소속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입니다. 40년 넘게 이 대통령과 인연을 이어오며 '레드팀'(조직 내 확증 편향 줄이기 위한 반대 의견 개진) 역할까지 맡아 왔습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재명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은 사법개혁의 선봉을 맡게 됩니다.
차명 대출 의혹 등으로 사퇴한 오광수 전 민정수석의 후임으로는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한 기수 아래인 봉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발탁됐습니다.
검찰 '기획통'으로 불리는 봉욱 변호사의 민정수석 임명은 오 전 수석의 임명에 이어 또다시 검찰 출신을 기용하는게 되는 셈입니다. 이는 검찰을 잘 아는 인사에게 검찰 개혁의 키를 주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입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5선의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는데요. 행안부 장관은 사법개혁과 관련해 수사권 조정의 보조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은 5선 중진의 현역 의원 2명을 법무부와 행안부 장관에 발탁하면서 검찰·사법 개혁에 안정감을 더했습니다. 사법개혁의 키를 쥐게 될 법무부 장관에 친명계 좌장인 정 의원이 자리한 것 역시, 이 대통령의 의중이 명확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검찰·사법 개혁 과정에 검찰 출신이자 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봉 변호사의 임명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폐쇄적 검찰의 특성상 검찰 출신의 민정수석이 검찰개혁에 있어 온정적 태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당시 검찰 개혁에서 실패를 겪은 바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검찰 개혁 의지를 믿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했지만 패착이 됐습니다.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조차 검찰 출신의 민정수석이 검찰개혁의 두 번째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출신 성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검찰 개혁을 해 나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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