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22일 만인 2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는 '타이밍'이고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으로 생각된다"며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이날 이 대통령의 호소는 17분 동안 이어졌는데요. 진보·보수라는 이념을 넘어선 '실용'의 가치를 설파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초지일관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도 '포용'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실천을 촉구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당에 직접 호소…"필요 예산 언제든"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이후 두 번째로 국회를 찾아 17분간 연설로 추경안의 협조를 부탁했습니다. 이날 시정연설은 22대 국회에서 열린 첫 대통령의 시정연설이기도 한데요. 윤석열씨가 22대 국회 개원식과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한 영향이기도 합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준비된 대본 이외의 발언에서 국민의힘 및 야당에 추경의 협조를 호소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장기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추경 집행이라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는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은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요즘처럼 저성장이 지속되면 기회의 문이 좁아지고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의 문을 열어야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거듭해서 '실용'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며 "국익 중심 실용 외교로 통상과 공급망 문제를 비롯한 국제 질서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통합' 정신의 '협조'도 촉구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대통령 혼자 또는 특정한 소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하나 된 힘으로 숱한 국난을 극복해온 위대한 우리 대한국민들의 저력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작은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여러분'이라는 당초의 대본과 달리 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을 직접 거론하며 추경 통과에 대한 호소력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추경안 심사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언급도 있었는데요. 이 대통령은 "우리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추가할 게 있다면 언제든 의견을 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분위기를 풀어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긴축 고집, 무책임한 방관"
이날 이 대통령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더한 4분기 연속 경제성장률 0%대, 이스라엘·이란 전쟁 등의 경제 환경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추경 편성 이유의 절박함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도 견뎌낸 우리 경제가 지난 3년간 너무 심각한 위기로 빠져들었다"며 "특히, 12·3 불법 비상계엄은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경기에 치명타를 가했다"고 직격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정부의 역할'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경제 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건 무책임한 방관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며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바로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추경의 예산을 30조5000억원 규모라고 설명하며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이 내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내수 경제 회복 방안으로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편성을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소비쿠폰은 세금을 내시는 분을 포함해서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되, 취약계층과 인구소멸지역은 더 두터운 맞춤형 지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습니다.
10조3000억 규모의 세입 경정에 대해서는 "재정 안정성과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추경안에 세입 경정을 반영하여 이미 편성한 예산이라도 필요한 사업만을 적재적소에 집행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날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국민의힘은 '무대응' 침묵 기조로 일관했습니다. 여당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지만,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려면 언제 긴축 재정을 할지도 같이 말했으면 추경을 더 진정성 있게 같이 논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11조원가량의 많은 돈이 왜 소비쿠폰 같은 곳에 집중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습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말 따로 행동 따로가 되면 거짓말 될 가능성이 많다"며 "실천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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