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내란특검팀이 윤석열씨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법불아귀' 사자성어를 꺼냈습니다.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 대신 내란혐의 피의자로만 상대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법원은 이르면 25일 중 윤씨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결정할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윤씨는 여전히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로 삼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씨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1년 만에 다시 나온 '법불아귀'
내란특검팀은 24일 오후 윤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특검팀에서 공보를 맡은 박지영 특검보는 그날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 브리핑을 열고 "윤씨는 여러 피의자 중에 한 명에 불과하다"며 "특검은 수사 기간에 제한이 있고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특검보는 '법불아귀(法不阿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습니다.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중국 춘추시대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가 남긴 말입니다. 윤씨에 대한 특혜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박 특검보는 '(윤씨에 위한) 조사실이 마련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하게 조사실이 마련돼야 하나, 전직 대통령을?"이라고 반문했을 정도입니다.
특히 법불아귀라는 말이 다시 등장한 것도 주목됩니다. 앞서 지난해 7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김건희 수사팀은 김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를 검찰청사로 소환하지 않고 제3의 장소로 가서 '출장 조사'를 했습니다. 수사팀의 핸드폰까지 사전에 대통령 경호처에 제출해야 했습니다. 이른바 황제조사 논란을 낳았은 겁니다. 심지어 당시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 출장조사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전 총장은 지난해 7월22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법불아귀를 언급한 겁니다. 이 전 총장은 그러면서 황제조사 논란을 낳은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수사팀은 반발했고, 그해 10월 김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을 무혐의로 처분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내란특검이 법불아귀라는 말을 쓴 건 윤씨에 대한 황제조사 논란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더구나 특검팀 수장인 조은석 특검은 검찰 재직 당시 특수통을 밟은 이력으로 탓에 윤씨와 친분이 있고 '봐주기 수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습니다. 특검팀이 검찰 수사와 차별성을 두고 수사 초기부터 '특혜' 논란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꺼낸 것이 바로 법불아귀 발언인 셈입니다.
반면 윤씨 측은 체포영장 청구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위법행위"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윤씨 측 법률대리인단은 25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현재까지 특검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소환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 특검 사무실의 위치는 물론, 조사받을 검사실이나 담당 검사에 대한 정보조차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며 "이처럼 기본적인 절차가 모두 생략한 채 특검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이며,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특검과 경찰은 명백히 별개의 수사기관으로 경찰 단계의 출석 요구를 원용하여 특검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위법행위"라면서 "법률대리인단은 관련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사안의 중대성과 절차적 위법성을 충분히 소명한 바 법원이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윤씨 측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건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당장 윤씨는 지난 3월 법원으로부터 구속취소 결정을 받을 때부터 '기존 절차'와는 다른 기준이 적용됐습니다. 법원이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 겁니다. 법원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도 윤씨에게만 적용된 예외였습니다. 내란죄 형사재판을 받으면서는 정문으로 들어가는,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지하 통로로 입정해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윤씨 측은 "현재까지 특검으로 단 한 차례의 소환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들었지만, 경찰의 소환통보에 불응했던 윤씨가 별안간 특검의 소환통보에만 응하는 것도 다소 어색합니다. 이 때문에 특검이 신속하게 체포영장 신청을 한 건 결국 구속영장 청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분석입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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