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이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검찰이 내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기소·구속 등을 하지 않고, 법원도 윤석열씨 구속취소에 이어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보석을 허용하면서입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지난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6일 “형사소송법에 따른 1심의 구속기간인 최장 6개월 내 이 사건 심리를 마치는 것이 어려운 점,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피고인의 출석을 확보하고 증거인멸을 방지할 보석 조건을 부가하는 보석 결정을 하는 것이 통상의 실무례인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 김용현에 대한 조건부 보석 결정을 했다”고 했습니다.
보석이란 일정한 보증금 납부를 조건으로 구속 집행을 정지해 수감 중인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27일 구속됐습니다. 구속된 지 6개월이 지나 이달 26일이 되면 법정 구속기간이 만료됩니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에 직권으로 조건부 보석을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법원이 보석 결정을 하자 김 전 장관 측은 "구속상태를 불법적으로 연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이에 불복해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피고인이 구속상태를 벗어나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원이 보석 결정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내란 사건 수사와 재판은 수사 초기부터 윤석열씨 구속취소까지 여러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건을 재판부가 집중적으로 재판을 하지 않은 것도 비판의 대상입니다. 2017년 삼성뇌물 사건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1심 법원은 일주일에 재판을 네 차례 진행했지만 317일 만에 재판이 마무리 됐습니다.
그러나 김 전 장관 사건을 담당한 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한 달에 한번 내지 두번 꼴로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사실상 1심 구속기한인 6개월을 넘기려고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대목입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귀연 재판부가 한 달에 한두번 늑장 재판을 해서 풀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석으로 풀려날 경우 법원은 피의자에게 일정한 조건을 붙여 도주나 증거인멸 등 재판 진행과 관련해 생길 수 있는 변수들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실제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간암 등을 이유로 '집과 병원'만 오갈 수 있도록 보석 석방됐지만, 주거지를 이탈하는 등 '황제 보석' 생활을 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특히 김 전 장관 측은 내란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구속 수감 중이었던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을 접견하는 등 회유를 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은 바 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또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 접견을 시도했고,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는 수차례 접견한 바 있습니다.
김 전 장관의 구속 기간이 끝나기 전에 검찰이 기존 구속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다른 혐의로 추가 기소한다면 구속 기간을 늘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윤석열정부 내내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던 대장동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김만배씨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검찰은 김씨의 구속기한 만료가 임박할 때마다 추가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씨는 2021년 11월 첫 구속된 이후 1년간 수감 생활을 했고, 2023년 2월 검찰이 또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다시 구속됐습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법원과 검찰 모두 내란 사건을 엄단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박범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지귀연 법원이 12·3 내란의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추가 기소건이 없을 수 없는 일이고, 법원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는 일"이라며 "윤석열 구속취소 석방에도 합을 맞추더니 김용현 석방도 이해가 완전 일치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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