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서 OLED까지…삼성·LG, 전략투자도 경쟁
삼성-LG CNS, 같은 AI 로봇 기업 투자
4조1000억, 1조2000억…OLED도 경쟁
"투자에 이어 적극적 M&A도 나서야"
2025-06-18 17:28:58 2025-06-18 17:28:58
[뉴스토마토 안정훈·박혜정 기자] 국내 가전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과 LG가 미래 먹거리와 기술격차를 위한 전략적 투자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양사는 최근 미국 인공지능(AI) 로봇 스타트업에 나란히 투자하며 물리적 AI(Physical AI) 분야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고, OLED 중심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 주력 산업이자 중국과 기술 경쟁이 치열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공고히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 외에도 인수합병 등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스킬드AI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로봇들이 움직이는 모습. (사진=스킬드AI 홈페이지)
 
LG CNS는 지난 17일 미 AI 로봇 기업 스킬드AI와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100억원대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같은 날 LG디스플레이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인프라 구축에 약 1조26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숙명의 라이벌인 삼성전자의 투자와도 고스란히 겹칩니다. 앞서 삼성전자도 최근 스킬드AI에 1000만달러(137억원)를 투자한 바 있는 데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내년 양산을 목표로 4조1000억원을 들여 신공장을 건설 중이기 때문입니다.
 
양사를 비롯해 엔비디아도 투자한 스킬드는, 로봇의 ‘두뇌’를 담당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RFM은 AI 로봇 분야에서 떠오른 기술 중 하나로, 다양한 로봇 작업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지능을 가진 AI 모델을 뜻합니다. 산업별·업무별로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해 많은 시간이 소요됐던 문제를, 다양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듦으로써 해소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로봇용 챗GPT’인 셈입니다.
 
삼성과 엘지 외에 해외 빅테크 기업들도 로봇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메타가 ‘라마’를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에 이미 나섰고, 애플도 가정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마켓츠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30년 350억달러(47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에서 나아가 적극적 인수합병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는 “최첨단 기술에 국경은 없다”며 “해외 기업이라도 좋은 데가 있으면 투자해서 우리 걸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해외 기업 중에 기술력이 있다면 잘 찾아내서 M&A하는 게 빠른 기술 습득 방법”이라며 “이번 양사의 투자는 이런 점에서 장려할 만한 일”이라고 평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도 “M&A를 통해 우리가 그 기술을 가져오고, 활용할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며 “결국 로봇과 관련된 핵심 기술을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기술을 우리 기업의 필요한 부분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두 그룹은 현재 자사의 전략사업인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이번 대규모 투자는 OLED 신기술 적용을 위한 설비 등의 인프라 구축을 통해 이뤄질 전망입니다. 2년 동안 이뤄질 투자를 위해 경기도의회로부터 보조금 지원까지 약속받았습니다. 현재 도입을 검토하는 기술은 저전력·고해상도 OLED로 알려졌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내년 양산을 목표로 충남 아산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신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이 공장은 선진라인인 8.6세대 IT용 중소형 OLED 패널 생산을 위한 시설로, 월 1만5000장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주요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입니다. 8.6세대 OLED는 기존 패널보다 대량 생산에 유리해 원가 절감 효과가 크다고 평가받습니다.
 
양사가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기술 굴기 때문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기술 난도가 낮은 분야를 빠르게 따라잡고, 물량 공세와 낮은 가격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습니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선단 기술인 OLED 시장에서도 맹추격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OLED 출하량 점유율에서 중국은 48.3%, 한국은 51.7%로 3.4%차이에 불과합니다.
 
결과적으로 디스플레이 신기술 개발을 통해 격차를 벌이는 전략이 주효한 상황입니다. 양사는 양자점(QD) 기술을 접목한 QD-OLED, 형태 변형이 가능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확장현실(XR) 기기에 활용되는 마이크로 OLED, 기존 유리기판이 아닌 실리콘 웨이퍼에 증착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시장 구현에 사용되는 올레도스(OLEDoS)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투자가 메말랐던 것은 사실”이라며 “디스플레이는 장치 산업인 만큼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선두를 유지하기 힘든 만큼, 삼성과 LG의 투자는 매우 긍정적이며 미래를 위한 시기적절한 결정”이라고 평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모바일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 AI 기능이 탑재될 전망인데, AI 기능은 전력 소모가 큰 만큼 저전력 OLED와 AR, VR 관련 기술을 잘 준비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안정훈·박혜정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