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도 관세 직격탄…삼성·LG '가격 인상' 고심
현지 생산 늘려도 원가 상승 불가피
"어느 정도 기업 부담할지 선택해야"
2025-06-16 16:28:56 2025-06-16 17:33:40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미국이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철강 파생 부품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양사는 미 생활가전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조치로 매출과 수익성에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관세를 감내하거나 고가의 미국산 철강을 사용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이지만, 어느 쪽이든 제조원가 상승은 불가피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제품 가격 인상도 심각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한 가전 판매점에 삼성전자 세탁기와 냉장고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상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연방 관보를 통해 50% 관세 부과 대상에 해당하는 철강 파생제품 목록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적용 품목에는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조리용 스토브, 레인지, 음식물 처리기 등이 포함됐으며, 관세는 오는 23일부터 적용됩니다. KB증권에 따르면, 해당 품목들의 2024년 기준 대미 수출액은 약 36억달러(약 4조9208억원)로 전체 대미 수출의 2.8% 수준입니다.
 
가전제품은 특히 철강 비중이 높아 관세 강화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 및 수익성 악화가 우려됩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 42%로, 시장 내 영향력이 큰 만큼 타격도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각에서는 두 기업이 관세 회피를 위해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통상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등 정세가 불안정한 데다, 관세 대상 품목의 범위가 광범위해 모든 생산 라인을 현지로 이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내에서 생산을 확대해도 원가 부담이 완화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산 철강을 사용해야 하는데, 미국산 철강 가격은 아시아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결국 제조원가가 상승하게 됩니다. 업계는 관세를 감수하거나 고가의 현지 철강을 사용할지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 상황에 놓였습니다.
 
결국 가전업계의 피해가 확실시되면서 일부는 가격 인상 선택지도 열어놓고 있습니다. LG전자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제조원가 개선, 판가 인상 등 전체 로드맵은 이미 준비돼 있다”고 했고,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4월 특별강연에서 “미국 생산 기지 건립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생산지 변경이나 가격 인상 등 순차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해야 할 것 같다”고 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현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답하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물론 가격 인상이 곧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둔 제너럴일렉트릭(GE) 어플라이언스와 월풀 등 경쟁사가 치고 올라올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GE와 월풀은 미국 내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해온 만큼, 시장 이해도나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현지 근로자의 인건비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장애가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 교수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인상을) 안 하고는 못 버틸 것”이라며 “가격은 당연히 올려야 한다. 어느 정도를 (기업이) 부담하고, 소비자에게 떠넘길지 결정해야 할 단계”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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