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LG이노텍이 ‘애플 의존’을 벗고 신규 사업 영역에서도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부가 제품인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했지만 생산라인(CAPA)을 사실상 풀가동할 정도로 수요가 몰리는 등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기판 공급 부족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회동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AI 서버용 FC-BGA 시장 진입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LG이노텍 마곡 본사.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 주가가 반도체 기판 사업에 대한 기대감 속에 고공 행진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 따르면 LG이노텍 주가는 1일 오전 장중 160만원선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초 20만~30만원선을 오간 것과 비교하면 5~8배가량 급등한 셈입니다. AI 인프라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AI 가속기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부품을 넘어 기판까지 호황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기판 제조 역량이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은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LG이노텍은 지난달 26~29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반도체 패키징 분야 국제 컨퍼런스 ‘2026 ECTC’에서 FC-BGA, RF-SiP(무선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 등 차세대 기판 기술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5G 통신용 반도체 기판인 RF-SiP의 경우 업계 최초로 Cu-Post(쿠퍼 코스트, 구리 기둥) 기술을 적용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반도체 기판에 구리 기둥을 세우고 솔더볼(반도체 기판을 다른 부품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슬)을 얹어 기판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기존 기판보다 두께를 약 20% 줄인 것이 특징입니다. 점점 얇고 가벼워지는 스마트폰에 적합한 기술로, 이미 지난해 북미 고객사 제품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24년 FC-BGA 사업에 진출한 후발 주자지만, 생산라인 가동률이 90%를 넘길 정도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증권가는 LG이노텍의 기판 사업 매출이 지난해 1조7000억원 수준에서 오는 2027년 2조7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LG이노텍의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기판 샘플. (사진=LG이노텍)
삼성전기 등 주요 경쟁사들의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도 LG이노텍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엔비디아 베라 루빈 플랫폼에서 기판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전작인 블랙웰보다 2배 이상 커질 것”이라며 “LG이노텍 기판 사업이 메모리 반도체와 유사하게 AI 기판 공급 부족의 직접적 수혜가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황 CEO와 구 회장의 회동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립니다.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주중 대만 일정을 소화한 뒤 한국을 방문해 구 회장을 포함한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들과 회동할 전망입니다. 특히 LG그룹은 LG전자(피지컬AI)와 LG AI연구원(엑사원) 등을 중심으로 엔비디아와 전방위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신규 매출 확대는 LG이노텍의 ‘애플 의존도’도 점진적 완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LG이노텍은 애플에 공급하는 카메라 모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전체의 80%에 육박하는 등 실적이 특정 고객사에 크게 영향을 받았지만, 기판 사업이 성장하면서 수익 구조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LG이노텍은 기판 생산라인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 역시 FC-BGA 생산능력이 이미 최대치라, 고객사가 더 달라는 데도 공급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매출을 늘리려면 생산라인을 더 확대해야 한다. 이미 장기계약을 체결한 곳도 있으니, 장기적으로 투자를 늘려 생산라인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