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증발수요 증가로 지구의 ‘갈증’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AED, 즉 대기증발수요(Atmospheric Evaporative Demand)는 대기가 수분을 얼마나 ‘원하는지’, 다시 말해 기온·일사량·풍속·습도 등 기상 조건이 특정 지역에서 증발을 통해 대기 중으로 물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대기 자체가 얼마나 목마른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AED가 높다는 것은 토양이나 식물에 수분이 충분히 남아 있든 없든 상관없이, 공기 중으로 빠르게 수분이 증발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되었다는 뜻입니다.
AED를 구성하는 요소는 기온, 일사량(태양복사에너지), 풍속, 상대 습도 등입니다. 기온이 올라가고 햇빛이 강하면 당연히 AED는 증가합니다. 바람이 강하고 공기가 건조할수록 더 많은 수분이 증발하기 때문에 AED는 증가합니다. 바람이 부는 곳이나 사막의 그늘에서 시원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만큼 땀이 많이 증발하면서 기화열로 체온을 빼앗아 가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가뭄이 주로 강수량 부족으로 정의됐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비가 정상적으로 와도 AED가 높아져 토양과 식물의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가뭄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AED 증가로 2022년 한 해 가뭄의 심각성 42% 커져
영국 옥스퍼드 대학 스미스 기업·환경대학원(Smith School of Enterprise and the Environment)에서 기후변화 원인 분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솔로몬 H. 게브레초르코스(Solomon H. Gebrechorkos) 박사가 주도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지구 대기의 ‘갈증’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가뭄의 심각성이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건조한 지역뿐만 아니라 습한 지역에서도 건조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5년 동안 가뭄이 발생한 지역의 면적은 1981년부터 2017년까지의 평균 대비 74% 증가했으며, 이 중 58%는 AED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2022년에는 전 세계 육지 면적의 30%가 중간 또는 극심한 가뭄을 겪었으며, 이 중 42%는 AED 증가의 영향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뭄의 위험성을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
지금까지는 실제 관측을 통해 가뭄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가뭄을 예측하고 대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번 연구는 포괄적인 글로벌 평가를 통해 확인된 고해상도 기후 데이터를 사용하고 온도뿐만 아니라 여러 기후 변수를 고려하는 대기 증발 수요에 대한 가장 진보된 모델을 적용하여 가뭄이 어떻게 증가했는지, 그리고 AED로 인해 얼마나 악화되었는지 추적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AED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훨씬 더 명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AED 증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AED의 증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 걸쳐 나타났습니다.
온난화 시대의 가뭄에 대한 이해
세계 많은 지역이 이미 극심한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연구가 강우 패턴뿐만 아니라 증발과 대기 수요가 물 공급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훨씬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지구가 계속 온난화됨에 따라 AED는 계속 증가하여 강수량이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지표를 건조시켜 식물의 수분 스트레스를 극적으로 증가시키고 식물의 탄소 흡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농업, 수자원, 에너지, 공중 보건에 대한 위험을 더 잘 관리하려면 강수량에만 의존하지 말고 가뭄 모니터링에 AED를 포함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기후변화가 가뭄의 심각도를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과 함께 향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예상되는 기후변화, 특히 기온 상승을 고려할 때 AED의 영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브레초르코스 박사는 “우리는 지금 당장 사회경제적, 환경적 적응 전략을 수립하고 조기 경보 및 위험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주 과학 저널 <네이처>에 게재되었습니다.
원형 관개에 의존해 작물을 키우는 미국 캔사스주의 곡물 농장. (사진=게티이미지)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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