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중소 수출기업 "관세 문제부터 해결"
속도 조절 필요성도 대두…일본 사례에 신중론 확산
김광석 "원유 등 피해 적은 영역서 수입 늘려 협상해야"
미국 수입업자, 2~3월 대규모 선수입 단행
2025-06-04 06:00:00 2025-06-04 08:50:54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한국과 미국 간 관세 문제입니다. 특히 미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중견·중소 수출기업들은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중소기업, 경제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셈법을 통해 치밀하게 관세 문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자 경영계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는 분위기입니다. 올 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며 관세 전쟁을 선언한 뒤로 중견·중소 수출기업들은 줄곧 국가 지도자 부재 속 위기감을 느껴왔습니다. 수출이 자사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이들 기업의 경우 관세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인데요. 차기 정부가 빠르게 나서 관세 전쟁에 대응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견·중소기업은 사실상 별다른 대처가 불가능해 시간만 보내왔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무색하게 지난 4월5일부터는 10%의 보편 관세를 물고 있습니다. 상호 관세를 앞두고 중견·중소기업들은 가격 인상, 원가 절감, 수출 다각화 등의 자구책 수준에서 골몰하고만 있는 처지입니다. 
 
관세 문제 해결이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숙제 중 하나인 점은 자명하나, 사실 해법을 찾기가 만만치는 않은 상황입니다. 해외 각국서도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이들이 관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도 참고해야 합니다. 당초엔 기업의 불확실성을 덜기 위해 조속한 관세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온도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진행 중인 관세 협상 사례를 들며 무리한 협상보다는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성급한 결론이 불러올 파장을 생각하면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속도보다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지난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중소기업 관련 기관 관계자는 "룰이 바뀌게 되면 수입업자들은 일단 거래를 보류하려고 한다. 그렇게 수입이 멈춰버리면 우리 중견·중소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며 "초기에는 상호 관세 25%가 유예되는 7월8일 전에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미국과 일본이 협상하는 과정을 보면서 뒤로 빠져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도 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매를 먼저 맞는 것이 아니라 손에 힘이 빠진 뒤에 맞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며 "너무 이른 결론이 오히려 치명상을 줄 수 있기에 기업들은 기다림의 시간 동안 버텨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기에 결론을 내리려다 오히려 불리한 조건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는 만큼 미국은 물론, 협상 대상국들과의 눈치 싸움도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우리 중견·중소기업 제품의 무관세는 강력하게 요구하되, 대미 수입을 늘리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측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피해가 적은 영역에서 조율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예를 들어 원유나 소재처럼 이미 수입 중인 품목의 수입처를 미국으로 다변화하는 방식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요구 사항 중 들어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들어주되 우리 측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한다"며 "미국은 한미 간 무역 불균형 해소를 원한다. 즉, 한국에 대미 수입을 늘릴 것을 요구할 것인데 공공 분야에서 수입하는 소재, 에너지, 원유를 늘리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기존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원유 수입을 늘리는 방식 등 우리에게 피해가 덜한 영역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미국 현지 수입업자들은 관세 전쟁이 선포되자 올해 2~3월 대규모로 선수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세가 붙어 가격이 오르기 전 미리 재고를 확보한 것인데요. 이런 영향으로 당분간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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