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도입 기대감 '업'
국제 결제 시장서 영향력 확대
정치권 한목소리로 제도화 약속
가치사슬 확장에 업계 주목
2025-06-04 08:00:00 2025-06-04 08: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국제 시장에서 달러 중심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비자·마스터카드·페이팔 등 국제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정산·보상 등 실물 경제에 적극 통합해 실사용 기반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으로는 달러 가치 고정과 송금·결제 속도 향상, 수수료 절감 등이 꼽힙니다.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경기 성남 분당 야탑광장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제도 정비 '속도'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 패권 강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코빗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전체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의 99%가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지난달 해석서를 통해 은행의 가상자산 사업 참여를 공식 허용했습니다. 은행이 고객 자산을 수탁·매매하고 암호화폐와 법정화폐 간 교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규제 정비 이후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미국 민간 사업자들은 제도화 이전부터 상용화를 과감히 시도해왔습니다. 페이팔은 2023년 8월 달러 기반 PYUSD를 출시해 스테이블코인 결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지급결제 인프라 기업 스트라이프도 2022년 트위터(X)와 디지털 크리에이터 보상에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했습니다. 가상자산 온램프(법정화폐를 암호화폐로 변환) 서비스 기업 문페이는 2024년부터 소비자에게 특정 브랜드 구매 등에 USDC 기반으로 보상합니다. 
 
그에 반해 한국은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기반 결제와 실사용 실험이 사실상 금지돼 뒤처지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한때 다날이 페이코인(PCI)을 발행해 100만명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법적 지위와 VASP(가상자산사업자) 등록 문제로 국내 결제 기능이 중단됐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은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의 불확실성으로 사업화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이제 한국 정부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확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선대위 디지털자산위원회는 대선 기간 민간 위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전략을 내걸었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약속했습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자산위원회가 5월21일 국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vs 달러 스테이블코인: 글로벌 통화정책 승리전략' 토론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민간 중심 '원화 확장'해야
 
정치권이 민간 중심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이 플랫폼 생태계를 이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선 시장 규모가 폭증했습니다. 디지털자산위에 따르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시가 총액은 5월 기준 약 2300억달러(약 315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2019년의 30배에 달합니다. 
 
디지털자산위는 K콘텐츠가 담긴 플랫폼 확장과 기술 우위에 나서지 못할 경우, 한국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결제·송금·탈중앙화 금융(DeFi)·대체불가 토큰(NFT) 거래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가치 사슬 전반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중앙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반대하지 않지만 민간이 아닌 은행이 발행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9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자본 규제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어, 감독 가능한 은행권부터 발행을 시작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에 반해 디지털자산위는 민간 위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이 해외에서 충분히 증명됐다고 봅니다.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시장법(MiCA)이나 싱가포르의 지급결제서비스법(PSA) 개정안이 100% 준비금 의무와 일일 공시, 외부 감사, 온체인 모니터링 등으로 통화량 중립성과 실시간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설계했다고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자산위는 2일 논평을 내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안에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요건으로 100% 준비자산 확보 및 최소 자본금 요건을 명시하고, 인가 권한을 금융위원회에 부여하는 등 제도적 틀이 담겨 있다"며 "창의적 활용처 발굴은 소수의 국내 은행이 아닌 민간 영역에 맡길 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방어적 플랫폼 이상의 기능을 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확장을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병윤 DSRV 미래금융연구소장은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 온 관광객이 그랩페이를 통해 싱가포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한국 상인은 수초 내에 네이버·카카오페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받을 수 있다"며 "이처럼 핀테크·플랫폼·커머스 사업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결합하면 국내 경제 시스템의 달러 잠식을 막고 원화의 경제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글로벌 정합성을 고려한 규제를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K콘텐츠 확장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고 전망합니다. 서 소장은 "국내 온라인 사업자 발목을 잡는 게 불편한 결제"라며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 결제할 때 비자 카드 외에 마땅한 결제 수단이 없다는 불만이 있는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해외 이용자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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