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자동차, 현대차에 ‘속앓이’
다수 신차 출시로 경쟁사 견제 의심
지난해 현대차 점유율 91.77% ‘독점’
2025-05-30 17:27:30 2025-05-30 18:07:21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국내 완성차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차가 경쟁사의 신차 출시일 직전에 신차를 발표하거나, 홍보행사 일정 등을 임박하게 잡는 등의 행보로 수입차나 중견사들은 그저 속앓이만 하는 형국입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이자 업계 맏형의 위상에 걸맞는 현대차의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사진=현대차그룹)
 
2월13일 vs. 2월14일.
기아와 KGM이 픽업트럭 타스만과 무쏘EV를 각각 시장에 공개한 날입니다. 기존 KGM가 주도해 왔던 픽업트럭 시장에서 기아가 KGM에 하루 앞서 신차를 발표하며 경쟁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타스만과 무쏘EV 출시 시점을 두고, 두 회사가 일정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기자들 또한 취재 일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앞선 2016년에도 쌍용차(현 KGM)가 소형 SUV 티볼리를 내놓으며 히트를 기록했는데, 현대차에서 같은 급인 코나를 출시하며 경쟁을 붙인 바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신차 출시와 마케팅 전략에서 경쟁사를 견제하는 치밀한 행보를 보인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르노코리아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며 내수 시장 공략에 나서기 직전인 8월, 현대차는 싼타페 하이브리드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해 중형 SUV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한 바 있습니다.
 
점유율 확보가 핵심인 신차 개발에는 통상 4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대거 투입됩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다 보니 중견 3사는 신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반면 압도적 시장지배사업자인 현대차는 경쟁사의 신차 출시에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추측입니다.
 
물론 이러한 맞불 전략은 무한경쟁을 벌이는 모든 기업의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영업전략으로만 보기에 한국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데에 있습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91.77%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점유율 10%대를 노리던 중견 완성차 3사의 내수 판매는 더 쪼그라 들면서 내수 판매 양극화는 더 심화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의 홍보 일정 선정 방식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옵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원래 업계 행사 일정이 3~4주 전에 나와 서로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게 업계의 암묵적 룰이었다”며 “얼마전부터 현대차가 2주일 전 일정을 잡아 통보하면서 기자들이 모두 현대차 행사에 가는 바람에 홍보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신차 출시 일정이 업체마다 통상 공유되고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비슷한 차종을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적이 여러차례 있었다”며 “출시 예정인 차를 줄 세워 뒀다가, 시기에 맞춰 내놓을 때 의도치 않게 일정이 겹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1월16일 오전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중국 BYD 승용 브랜드 런칭 미디어 쇼케이스 행사에서 전기차 씰이 공개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독과점에 가까운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산업을 위해서라도 상생에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 학과 교수 “국내 자동차 시장이 특정 회사에 쏠려있을 경우, 다양한 차종을 선택할 수 없게 되면서,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며 “자동차 산업의 전체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 현대차가 그룹 차원에서 협력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1년전부터 차량 출시 계획을 한다. 그런데 현대차와 기아 모두 페이스리프트 모델 등 출시 예정인 차종이 많다보니, 시기에 맞게 경쟁구도가 형성된 것 같다”며 “업계 1위라서 경쟁사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는 등 되레 손해보는 측면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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