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의 국내외 공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그룹 안전 관리 체계에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톱3’ 위상에 무색하게 '안전 불감증’ 논란이 경영 리스크로 부각되면서 정의선 회장이 강조한 ‘사람 중심 경영’ 철학도 빛이 바래고 있습니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국내외 건설현장을 비롯, 생산현장 등지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총 3건에 달합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의 현대차그룹 생산시설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내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공장 메가사이트에서 작업 중이던 20대 백인 남성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하청 노동자인 그는 트럭에 짐을 싣는 과정에서 화물이 떨어지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3월 40대 한인 남성 노동자가 공사 현장에서 지게차에 치여 사망한 지 두달만에 비슷한 사고가 반복된 것입니다.
사망사고는 국내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지난 19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 3공장에서 정규직 직원이 기계 설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공장 일부 공정이 중단됐습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 관계자는 “생산 차질보다는 사망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책 마련이 우선”이라며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과 노동 당국의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현대차그룹 연구소에서 직원 3명이 질식으로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62건을 적발했고, 현대차에 과태료 5억4528만원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동석 현대차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잠재적 위험요인이 예상되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보다 철저히 추진해 나가겠다”며 “향후 이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지난 2023년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사람 중심’의 생산시설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인본주의 가치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사고 발생 때마다 현대차는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재발방지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는 품질과 기술, 브랜드 이미지 등 다방면에서 선두를 달리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 톱3에 섰습니다. 하지만 안전 관리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성과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 연구소 교수는 “산재사고가 나오면 브랜드 평판이 나빠지는 것은 분명하다”며 “해당 기업 종사자와 지역사회 전체에도 영향을 준다. 때문에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을 시급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현대차는 글로벌 톱3에 걸맞는 안전관리시스템을 서둘러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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