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김태은 기자] 여야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에 수백조원 규모의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어느 누구도 명확한 재정 확보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2년 연속 국세수입 감소세가 나타난 가운데 재원을 늘릴 수 있는 '증세'에도 모두 침묵하고 있는데요. 되레 '감세'를 외치는 상황입니다. '증세 없는 복지'로 대선 후보 공약을 실행할 경우 대안은 돈을 빌려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표퓰리즘(표+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국가부채 축적 시 재정 적자를 넘어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복지·감세 공약' 산더미…증세는 '제로'
2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 대선 후보 공약에서 증세를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대신 앞다퉈 감세와 복지 공약을 내놨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각종 세액공제 항목을 게재했습니다. 월세 세액공제 대상자와 대상 주택을 확대하고, 통신비 세액공제 신설, 초등학생 예체능학원·체육시설 이용료를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하겠다는 것입니다. 앞서 근로소득세 개편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각종 재원 지원안도 한가득입니다.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코로나 정책자금대출 채무를 조정하거나 탕감하고, 12·3 비상계엄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18세까지 점진적으로 상향하고, 농업인 퇴직연금제 등을 통해 농가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습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달러화와 원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감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상속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고, 기본공제액을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식으로 소득세를 낮출 방침입니다. 종합소득세에 과세 표준과 공제액이 물가 상승에 따라 변하도록 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세 부담을 줄일 작정입니다. 또한 65세 이상 버스 무임승차 도입과 경로당 급식 주 7일까지 단계적 확대, 가족간병인 월 50~100만원 지급 등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 복지 정책도 발표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법인세 국세분의 30%를 지방세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재정 자립도를 높여 '지방 분권'을 강화하자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로 전환된 법인세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만큼 경쟁에 따른 감세가 예상됩니다.
"나랏빚, 이재명 202.5%·김문수 199.9%↑"
민간 정책 연구기관인 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 26일 공개한 자료에서 "두 후보 공약 일부만 오는 2055년까지 시뮬레이션한 결과, 나랏빚(GDP 대비 국가채무 D1 기준)은 이재명 후보 공약 이행시 202.5%, 김문수 후보는 199.9%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2055년 추세치인 178.7%와 비교해도 약 21~24%포인트 높은 수치입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피스컬 십 게임'(Fiscal Ship Game)의 한국형 모델인 '나라살림 게임'에 두 후보자의 공약 중 재정 요소가 큰 공약을 넣어 추산한 결과입니다.
현재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가채무비율은 △2040년 80.3% △2050년 107.7% △2060년 13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과 같은 심각한 저출산 기조가 이어질 경우 국가재정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큰데요.
이를 고려하지 않은 감세와 복지 정책 시행은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켜 향후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도는 실정입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최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로 하향했습니다. 지속적인 재정 적자와 부채 급증, 감세에 따른 수입 감소가 등급 조정 이유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석열정부 지난 2년간 예측보다 세금이 덜 걷힌 대규모 '세수결손'을 기록하며 '재정 기반'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3년 56조4000억원, 2024년 30조8000억원의 대규모 세수결손을 기록했습니다. 합산하면 2년간 90조원에 가까운 세금이 '펑크'가 난 것입니다. 윤석열정부가 2022년 52조원의 '초과 세수'로 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처참한 성적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달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대규모 '재정 투입 공약'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1차 추경(추가경정)'을 했고, 앞으로 추경을 더 하게 되면 2025년도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며 "지출 구조조정은 가능하지만 결손 부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들은 감세나 정부 지출 공약을 발표했을 때 재원을 어디에서 메울 수 있는지도 함께 가져와야 한다"며 "특히 차기 정부는 인수위 없이 꾸려나가야 하는데 이대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재원 마련 방안을 지금 단계에서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약이 실제 국정과제로 채택돼야 추진 방식과 시기 등 윤곽이 잡힐 것"이라며 "(소요 재정을) 미리 예단해 사전 검토하기엔 이른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재정여건과 공약을 종합적으로 볼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