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28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6월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연일 크고 작은 이슈가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모든 관심이 정치에 집중된 상황에서 자본시장 역시 정치와 맞물려 또 다른 양상의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정치 '테마주'로 불리는 기업들의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널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 주가가 급등한 기업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거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현수막. (사진=뉴시스)
주가가 높으면 1주당 발행가를 높게 잡을 수 있고, 대주주나 회사 입장에서 그만큼 적은 지분을 내어주고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일반 주주 입장에서도 주가 상승 시기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주가 상승 시기에 유상증자를 하면 대주주와 일반 주주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적어도 주가 상승 이유가 실적 개선 등 실질적인 호재 때문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유상증자라면 말이 다르다.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상지건설(042940),
형지글로벌(308100),
크라우드웍스(355390) 등은 단지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급등한 대표적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 모두 수년간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된 상태다. 당연히 업황이나, 뚜렷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이 자금을 끌어오는 방법은 외부 차입과 유상증자 등 2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이자를 내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이 때 신용 등급이 우수하다면 큰 문제 없이 돈을 차입해 회사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 등급이 낮아 은행 대출이 어렵다면 더 높은 이자를 감당하고,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있다. 만약 이것도 여의치가 않으면 마지막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게 된다.
유상증자는 대주주 지분율 희석과 주가 하락 우려가 높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자금 조달 방법은 아니다. 더욱이 대주주 지분율까지 낮다면 마지막까지 버티다 어쩔 수 없이 결정하게 되는 자금 조달 방법이기도 하다. 특히 실적이 좋지 못한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결정할 경우 주가 하락세는 어느 회사보다 더욱 가파르다. 그만큼 회사 내부 자금이 부족하고,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다른 방법도 막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 급등 후 유상증자에 나선 기업들은 이런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지건설은 지난해 204억원 매출에 218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형지글로벌과 크라우드웍스는 이미 수년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로 인해 은행 등 외부 차입이 쉽지 않아 이번 주가 상승을 기회로 유상증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주가 상승을 기회로 유상증자에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향후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주주가 감당해야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 테마주 기업들이 진행하는 유상증자는 업황 및 실적 개선에 따른 유상증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실체가 없는 호재가 사라지면 이들 기업들의 주가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유상증자 발표 이후 이들 기업들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정치 테마주 이슈까지 끝나면 주가 상승 동력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가 하락에 따라 확정 발행가액도 낮아질 수 있어 회사가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에 조달 자금의 대부분이 차입금 상환에 쓰일 예정이라는 점은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마저 낮춘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는 투자자라면 관련 기업의 재무 상태와 성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단순 기대 심리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기회라는 말 뒤에 숨은 리스크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최용민 산업부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