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 정부, 소통은 시작이자 전부다
2025-05-24 06:00:00 2025-05-24 06:00:00
오는 6월 3일, 대한민국에 또 한 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새 정부의 출범은 단순한 정치적 교대가 아니다. 계엄의 형식을 빌린 내란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탄핵으로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국민의 눈물겨운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 운영의 철학이 바뀌고 정책의 우선 순위도 재편될 것이다. 국가의 시스템이 재조립, 재가동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새 정부, 특히 새 대통령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국민과의 소통’이다. 소통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정부가 국민과 맺는 신뢰의 첫 끈이며, 위기의 시대를 견디게 하는 최후의 버팀목이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신뢰의 예술이다. 링컨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말했다. 그 정신은 소통을 통해 구현된다. 소통 없는 정치는 지시이자 독단이 된다. 미국 제34대 대통령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사람들의 머리를 쳐서 이끄는 것이 리더십이 아니다. 그것은 폭력이지, 지도력이 아니다.”라고 설파했다.
 
탄핵으로 문을 닫게 된 윤석열 정부를 돌아보자. 윤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출범했지만 야당 및 국회와의 관계, 재난 대응, 노동 정책, 언론 관계에서 불통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갈등 상황에서의 일방적 언행은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았다. 국민과 ‘말이 통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피로감은 결국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정부도 있다. 김대중 정부는 IMF 외환 위기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국민과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며 지속적으로 방송 연설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1998년 전국 각지의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직접 대화한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은 당시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행보는 구조조정과 긴축이라는 고통스러운 조치를 수용하게 만든 중요한 배경이었다. 
 
새 정부는 무엇보다 국민을 정책의 객체가 아닌 ‘정책의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 예산, 세금, 복지, 안보 등 민감한 이슈일수록 다양한 채널을 통한 설명과 경청이 필요하다. 이제 국민은 일방적 발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다. 유튜브,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책을 분석하고 논쟁하는 ‘정치 소비자’로 진화했다. 이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정부는 정당성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소통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선다. 그것은 신뢰를 쌓는 과정이며,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는 보험이다. 특히 지역·세대·이념 간 분열의 골이 깊은 우리나라 정치에서, 소통은 통합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은 더 자주, 더 겸손하게 국민 앞에 서야 한다. 
 
소통은 단거리 질주가 아니다. 그것은 임기 내내 이어져야 할 마라톤이다. 불통의 길은 빠르지만 짧고, 소통의 길은 느리지만 멀리 간다. 새로운 정부가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길 바란다. 국정 운영의 첫 단추를 ‘국민과 말이 통하는 정부’로 꿰야 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란 결국, 함께 말하고, 함께 듣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국정이란 거대한 항해와 같다. 대통령의 소통은 그 배를 이끄는 나침반이다. 나침반이 흔들리면 배는 표류하고, 국민은 불안에 휩싸인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국민의 체온계를 움직인다. 그 말이 따뜻하면 공동체는 훈훈해지고, 그 말이 차가우면 사회는 얼어붙는다. 
 
백승권 비즈라이팅 강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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