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다시 '노무현 정신'
노무현 16주기 추도식…"내란 막아낸 건 주권자 시민"
2025-05-23 17:54:04 2025-05-23 18:15:11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김해 봉하=김유정 기자] "이때가 되면 생각나지만, 계엄과 탄핵을 거쳐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 더 그립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인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는 이른 아침부터 추모객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전면 공격이었던 12·3 내란 사태, 탄핵 정국에서의 극심한 분열을 경험한 시민들에게 그의 빈자리는 더욱 컸습니다. 시민들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앞두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 전 대통령 말을 다시금 되새겼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눈물로 다짐한 이재명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 잇겠다"
 
이날 봉하마을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등 정치권 인사가 총출동했습니다. 다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저녁 TV토론회를 이유로 오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노 전 대통령 비석인 너럭바위에 헌화하면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붉어진 눈가를 연신 손수건으로 닦으며 참배를 마쳤는데요. 방명록엔 "사람 사는 세상의 꿈.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진짜 대한민국으로 완성하겠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는 눈물을 흘린 이유를 묻는 기자의 말에 "요즘 정치가 정치가 아닌 전쟁이 돼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며 "상대를 제거하고 적대하고 혐오하면서,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정치는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인데, 상대를 제거하려는 잘못된 움직임이 역사적으로 여러 번 있었다"며 "희생자 중 한 분이 노 전 대통령"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정치 상황을 보면 최악의 상황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돼 버려 여러 감회가 들었다"며 "5월23일이 될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국민이 존중받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후보는 봉하마을 방문에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득권에 맞서고 편견의 벽 앞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의 산을 넘고 특권·반칙의 바위를 지나 민주주의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간 큰 꿈, 이제 감히 제가 그 강물의 여정을 이으려 한다"고 적었습니다.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한 시민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준석 "3당 합당 거부한 노무현처럼 외롭더라도 옳은 길"
 
이준석 후보는 "3당 합당을 하자는 주변의 얘기가 있을 때 주먹을 불끈 쥐고 '이의 있습니다' 외치던 노무현 대통령을 닮은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측 단일화 요구에 재차 거부 의사를 밝힌 건데요.
 
그는 '왜 노무현 정신을 특별히 강조하느냐'는 질문에 "갈림길에 설 때마다 큰 덩어리에 의지하기보단, 외롭더라도 옳은 방향을 선택하는 자신을 봤다"며 "인생의 굴곡진 선택의 지점에서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노 대통령의 외로움, 그 바른 정치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거부하고 작은 당에서 정치를 선택했을 때, 항상 어려운 지역구에 도전하면서 본인의 가치를 세우고자 했던 그 마음을 저도 비슷한 길을 따라가 보니 너무 잘 알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12월3일처럼…노무현 길 따라 민주주의 지켜낼 것"
 
이날 오후 추도식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를 주제로 열렸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을 6개월 남겨둔 지난 2007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총회에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 했던 말입니다. 
 
당시 그는 "민주주의에 완성은 없다. 그러나 역사는 끊임없이 진보한다"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고, 이것이 우리의 미래"라고 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주권자인 시민의 힘을 깊이 신뢰했던 지도자였다"고 점을 짚었습니다. 이어 "지난겨울, 우리는 그 신념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며 "민주주의의 역행을 막은 건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었다. 대통령님의 말씀 그대로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에는 완성이 없고 역사는 더디지만, 희망의 등불은 꺼지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하겠다. 대통령님께서 온몸으로 맞섰던 기득권의 벽을 함께 넘어, 정치가 약한 자들의 가장 강한 무기가 되도록 만들겠다. 국민의 삶 속에서 실현되는 민주주의를 꼭 만들어 내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노 전 대통령은 늘 상식과 원칙을 따랐고, 일반 국민들이 봐도 '이게 맞다'고 느껴질 만큼 가식이 없었다"며 "다른 정치인과 달리 언행이 일치하고, 자기 희생·양보도 할 줄 알았다. 그때부터 내겐 노무현 대통령밖에 없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그 길이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후보에게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며 "이재명 후보는 처음엔 고민했지만, 알면 알수록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50대 여성도 "노 전 대통령은 언제나 서민과 같은 눈높이에서 겸손하게 국민과 함께했던 분"이라며 "이재명 후보가 그 정신을 이어갈 진정한 리더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김해 봉하=김유정 기자 pyun97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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