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디지털 유토피아’는 미션 임파서블?
2025-05-23 06:00:00 2025-05-23 06:00:00
“뭐,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지.”
 
영화 대사 한 줄이 이렇게 와 닿을 줄은 몰랐다. 물론 어렴풋이 알긴 했다. 그런 일이 영화 속 일만은 아니라는 걸. 단지 그 피해자가 곧바로 나와 우리 가족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을 뿐이다. SKT 유심 해킹 사건 말이다. 우리 가족은 사건이 발생한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유심 교체를 완료했다. 같은 날 예약을 했지만 집이 아닌 학교 근처 대리점을 선택한 둘째 아이는 아직도 방문 안내 문자를 받지 못했다. 
 
보도에 따르면 첫 악성코드 감염은 SKT가 그것을 인지한 시점보다 훨씬 이전부터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해킹 시점도, 정보 유출의 규모도 제대로 몰랐던 걸 보면 SKT의 보안 수준은 예상보다 더 취약했고, 고객 안전 관리는 안이했으며, 방만 경영 역시 심각한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차후 SKT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영화 속 현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조족지혈인가. 유출된 고객 정보로 만들어진 복제폰이 금융 사기나 다양한 범죄에 쓰일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 해킹으로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밝혀진 것은 없어 SKT 이용자들은 불안에 떠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에 이어 얼마 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보면 편리함의 대명사였던 디지털 방식은 공포의 대상이 된다. ‘엔티티’라 불리는 인공지능이 자각과 자체 학습으로 점점 진화해 인류를 위협하는 무기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엔티티는 최근 3주 동안 우리 위성통신,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주식시장, 국가 전력망에 접근했습니다. 연방항공청, NASA, 군 통합 사령부에도요. 미국뿐 아니라 세계은행과 유럽중앙은행도 당했어요.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오스트랄라시아, 유럽 전역의 주요 방위, 재정 및 기반 시설 시스템에도 침투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는 놀랍지 않다. 예상 가능한 범위이므로. 중요한 건 엔티티는 왜 진화하는가이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그것의 목표와 목적이라는 말이다. 인간에 대한 통제, 엔티티가 원하는 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의 도구가 아닌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되는 것. 마치 신처럼 말이다. 
 
“1000분의 1초마다 수천 조의 수천 배에 달하는 횟수의 계산을 통해 수십억 명의 생각을 교묘히 조종하면서 믿기 어려운 이야기 구성은 물론 따질 수 있는 모든 인과관계를 분석해 가장 그럴싸한 미래의 현실적인 도안을 만들지.” 
 
엔티티의 위력이 강해질수록 인간 사회에서는 ‘불신’이 커진다. 디지털 방식으로 보고 듣는 모든 정보는 조작되고 왜곡되기 때문이다. 얼굴을 마주한 채가 아니라면 그 어떤 방식의 소통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개인 대 개인, 국가 대 국가 전부 마찬가지다. 따라서 가장 안전한 것은 ‘아날로그’ 방식이다. 미래의 기술이 외려 인간을 과거로 회귀시키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의 종말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AI와 생체 데이터의 결합으로 디지털 기술이 인간 자체를 조작할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영화의 메시지와 다르지 않다. 복제폰 정도로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진짜로 인간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과학기술을 말이다. 
 
AI 기술 투자를 강조하는 때다.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이다. 그것의 발전 가치가 물론 크겠지만,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소홀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에겐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 위에서 싸우고, 맨몸으로 비행기에 매달리며, 심해에 가라앉은 잠수함에서도 살아 돌아오는 'IMF(Impossible Mission Force)' 에단 헌트 요원도 없는데. 
 
이승연 작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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