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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유동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엔젠바이오(354200)가 변경 예정 최대주주의 신규 자금 투입으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추가 조달 자금을 포함하더라도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에 의한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를 해소할 만큼 자기자본이 넉넉지는 못한 상황이라 추가적인 자금조달 추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반면 회사는 실적 개선을 통한 리스크 해소를 자신하며 추가적인 자금 조달 여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사진=엔젠바이오)
3자배정 유상증자로 100억원 조달 예정 '가뭄에 단비'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젠바이오 기존 최대주주인
KT(030200)는 지난 16일 보유 중인 엔젠바이오 주식 135만4545주를 에스에이치헬스케어투자1호조합 외 1인에게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양수도 대금은 21억원으로, 오는 6월2일 계약금 및 잔금 지급이 완료되면 에스에이치헬스케어투자1호조합은 엔젠바이오 주식 120만주(6.1%)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변경 예정 최대주주의 신규 자금 투입도 함께 이뤄진다. 엔젠바이오는 에스에이치헬스케어투자1호 대상 1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으며, 발행되는 신주는 551만2680주다. 해당 유증이 마무리되면 에스에이치헬스케어투자1호조합의 엔젠바이오 지분율은 약 22.24%까지 오르게 된다.
유증으로 조달되는 자금 100억원은 전액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는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엔젠바이오에게 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엔젠바이오의 유동비율은 약 74.30%로 100%를 하회하고 있다.
회사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2020년부터 5년째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매년 적자 폭을 조금씩 키워왔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124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이에 올해 3월말 기준 단기금융자산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20억원으로, 단기차입금 46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유동성 회복과 함께 자본 확충도 절실하다. 엔젠바이오는 수년간 지속된 영업적자로 인해 올해 1분기 말 기준 690억원의 결손금이 쌓여 있으며, 결손금이 자본총계를 갉아먹어 보유 자본금보다 자본총계가 적어지는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회사의 자본금은 198억원, 자본총계는 147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25%다.
법차손에 대한 부담도 자본 확충 필요성을 키운다. 엔젠바이오의 경우 지난 2023년 12월을 끝으로 기술특례상장기업에게 부여되는 법차손 비율 관련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이 종료됐다. 코스닥 상장 기업은 최근 3년 중 2회 이상 자본 대비 50% 이상의 법차손이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회사는 지난 2023년부터 자기자본 대비 81.1%의 법차손을 내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도 80.5%의 법차손 비율을 기록해 3년간 2회라는 조건 중 이미 한 번이 적용됐다. 이에 올해 결산까지 법차손 비율을 50% 밑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엔젠바이오가 당면한 최대 과제인 셈이다.
법차손 그늘 여전…단기간 내 실적 개선 혹은 추가 자금조달 필요
다만 이번 유증으로 일부 자본 확충이 이뤄지더라도 엔젠바이오가 머리 위에 드리워진 법차손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올 1분기말 기준 자본총계 147억원에 유증 조달 금액 100억원을 단순 합산하면 247억원 수준인데, 이는 지난해 법차손 규모 140억원의 2배를 하회하는 수치다. 자본총계가 247억원으로 늘어도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법차손을 기록하면 법차손 비율이 50%를 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가 1분기 동안 전년 동기(32억원)와 비슷한 규모의 법차손(30억원)을 기록했으며, 결손금으로 인해 자본총계가 더욱 감소할 것을 감안한다면 안심하기엔 더더욱 이르다.
엔젠바이오가 법차손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을 통해 손실 규모를 줄이거나,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추진해 자본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우선 회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연간 매출액은 2022년 110억원에서 2023년 44억원으로 급감한 뒤 2024년 다시 57억원으로 소폭 개선됐고, 올해 1분기 들어서는 20억원의 매출 올리며 전년 동기 9억원 대비 122% 증가한 상태다.
그러나 영업이익 개선 속도가 비교적 더디다. 지난해 영업적자 161억원으로 전년 134억원 적자 대비 적자 폭이 커졌고, 올해 1분기 영업적자는 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 직전 분기 대비 35.56% 손실액을 줄이는데 그쳤다. 연간 200억원 가까이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보이며, 결산 시점이 다가올수록 회사가 받게 되는 법차손 비율 감소를 위한 자본확충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엔젠바이오 역시 지난해부터 법차손 이슈 해소 방안을 고민해 왔으며, 관련 시뮬레이션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사측은 현재로서 추가적인 자본확충 계획은 없고, 실적개선을 통해 법차손으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를 충분히 털어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1분기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컸던 이유는 미국 클리아랩 2곳 중 한 곳에서 매출이 거의 없고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조만간 특정 기술만 일부 남기고 자산과 인력을 매각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관련 손실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나머지 랩은 현재 일부 손실이 발생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법차손은 연결로 반영하는데, 손실이 제일 큰 미국 법인은 중단 사업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계산에서 빠지게 되며 법차손 비율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국내 매출의 경우 대학병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지난해 의정사태로 상당히 어려웠는데, 관련 이슈들이 해소되는 부분도 있고, 최근 방글라데시 등 해외 수출 거래처도 많이 늘고 있다"며 "손실을 줄여 법차손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출을 늘리는 부분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회사로서는 올해 턴어라운드 실현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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