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계엄 사태 이후 물가가 더 올라 고통스럽습니다. 새 정권에서는 무조건 물가부터 잡혔으면 좋겠어요."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보통 대선을 앞둔 시기, 대통령 후보들은 앞다퉈 민생 안정 방안에 방점을 둔 공약들을 최우선적으로 내세우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 대선의 경우 서민들 상당수가 대통령 후보들의 물가 관련 발언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수년간 우리 사회를 짓눌러왔던 고물가 현상이 만성화할 기미를 보이는 탓이다.
실제로 연일 치솟는 물가 소식에 서민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지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최근 물가 지표를 살펴보면 천장이 뚫렸다는 식상한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12월 1%대를 나타냈지만, 올해 1월 2.2%로 올라선 이후 2월 2%, 3월 2.1%에 이어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2%대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의 경우 민생과 연관이 깊은 먹거리 물가가 급등한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축산물은 4.8% 뛰며 2022년 7월(6.1%) 이후 33개월 만에, 수산물은 6.4%로 25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아울러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4.1% 급등하며 2023년 12월(4.2%) 이후 1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 평균 물가를 0.35%포인트나 견인했다.
사실 물가 상승은 우리 사회를 자주 괴롭혀왔던 문제다. 불과 3년여 전인 2022년 7월만 해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무려 6.3%를 기록,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파가 지속되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시기로, 최근 물가상승률을 수치만으로 판단하면 이 시기에 미치지 못할 정도다.
그럼에도 최근 주위를 살펴보면 이 당시보다도 물가가 더 높게 느껴진다고 호소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는 물가상승률 개념 자체가 전월 대비 오르는 특성이 있다 보니,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적 한계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상당수는 지난해 연말 터진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 리스크가 중장기적으로 소비 심리 위축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물가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탄핵 이슈가 터진 이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현상은 더욱 강해졌다. 아울러 환율 불안 확대에 따른 외화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레임덕 현상에 직면하며 식품업계의 릴레이 가격 인상도 잇따랐다. 줄곧 1%대에 머물렀던 물가상승률이 계엄 사태 이후 2%대로 진입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민층이 반년 가까운 무정부 상태로 가중된 고물가 고통을 겪은 점을 감안하면, 차기 정부의 등장과 물가 안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정국 혼란 수습과 흐트러진 민의를 모으는 일 역시 고물가 매듭을 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새 정부는 단편적인 지원 방안뿐 아니라 면밀한 거시 경제 분석, 금리 조정, 먹거리 공급 조정 등을 통한 중장기적 측면의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라살림에 있어 정치, 사회, 문화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어디 있겠냐마는, 물가만큼 국민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문제는 단연코 없다.
김충범 산업2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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