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재원 마련책 빠진 금융공약
2025-05-21 06:00:00 2025-05-21 06:00:00
여야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금융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유의미한 공약은 찾기 어렵고 짜임새 있는 재원 마련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악습이 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누가 당선되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서민과 청년 등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정책이 강화될 것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삼중고에 따른 경제 악화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부담이 더욱 커진 탓이 크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전체 유권자의 12%에 달하는 자영업자 표심을 겨냥한 금융 지원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소상공인에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과 관련해 저금리 대환대출, 중도상환 수수료 단계 감면, 특별 감면·상환 유예 등 청산형 채무조정 확대를 내걸었다. 
 
김 후보는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 공약에서 생계방패 특별융자, 새출발 프로젝트 확대, 경영안정자금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두 후보 모두 재정 확대와 감세 정책을 동시에 내놓으면서도 재원 조달 방안은 구체적으로 내놓고 있지 않다. 현실성 없는 '빌 공' 자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고,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정치권의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8일 TV토론회에서 소상공인 대출과 관련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다른 나라는 국가부채를 늘리며 자영업자와 국민을 지원했지만, 우리나라는 국가가 빚을 안지고 국민에게 돈을 빌려줘 국민들의 빚이 늘어났다"며 "채무 조정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일정 정도 정책자금은 상당 부분 탕감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김 후보에게 질의했다. 
 
김 후보는 자영업자 채무 '탕감' 방안에는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해야 한다"며 "국가부채가 일정 부분 늘 수밖에 없는 건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는 빚 탕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형편이 어려워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금융 약자를 정책적으로 돕는 건 금융당국의 책무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대출 자금에 대한 시혜적인 부채 탕감이나 이를 예고하는 무분별한 공약 남발은 금융시장을 혼란시킬 수 있고,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공약이 현실화한다면 향후 금융권에 비용 떠넘기기는 불 보듯 뻔하다. 은행권은 지난 2023년 2조원에 가량을 상생금융 기금으로 마련해 지난해 집행한 바 있다. 올해부터는 향후 3년간 매년 7000억원씩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시즌2' 시행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포퓰리즘 공약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다. 당선 이후 공약은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은 매번 반복된다. 재기하기 위해서 성실히 빚을 갚아나가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권이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사탕발림으로 채무 탕감 공약을 되풀이하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유권자를 우롱해선 안 된다. 선심성 금융 지원이 정책으로 현실화하더라도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할 빚 청구서로 돌아올 뿐이다. 
 
임유진 금융부 팀장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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