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높은 주파수 가격은 통신망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100개국 250개 이상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주파수 스펙트럼 비용과 커버리지 등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국내에서도 내년 6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할당 기간이 종료되는 3G와 LTE 주파수 370㎒ 재할당 논의를 앞두고 있어 관련된 목소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주파수 할당대가는 정부의 ICT기금 주요 재원이기에 업계 목소리만 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주파수 대가 산정을 놓고 정부와 통신업계 간 기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최근 발간한 글로벌 스펙트럼 가격책정(Global Spectrum Pricing) 보고서에서 “높은 주파수 비용은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기재했습니다. LTE와 5G 모두 주파수 대가가 10%포인트 높아지면 6%포인트 커버리지가 축소되고, 이는 결국 속도 저하, 지연시간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다운로드 속도는 8%가량, 업로드 속도는 6%가량 저하되는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높은 비용을 주파수에 지불한 사업자는 LTE 커버리지가 평균 7.5%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스펙트럼 비용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데이터 요금은 0.5% 인상이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주파수 스펙트럼 가격과 커버리지 및 네트워크 속도 관계. (자료=GSMA 보고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LTE와 5G가 상용화되면서 통신사들의 주파수 비용 부담이 증가했지만, 전세계 평균 월별 ㎒당 수익은 줄어드는 추세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주파수 비용 부담은 63% 증가했습니다. 전세계 통신사업자가 부담한 누적 주파수 비용은 5조달러에 이릅니다. 다만 평균 월별 ㎒당 수익은 2014년 0.37달러에서 2023년 0.13달러로 낮아졌습니다.
주파수 비용 부담론이 전세계 통신사를 통해 나오면서 국내 주파수 할당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국내 통신3사가 이용 중인 주파수 1370㎒ 대역폭 중 3G·LTE 370㎒ 폭이 내년 6월과 12월 차례로 종료됩니다. LTE 95㎒폭은 내년 6월, LTE 255㎒와 3G 20㎒폭은 내년 말 이용기간이 끝납니다. 전파법에 따라 재할당하지 않거나 새로운 조건을 붙이려는 경우 이용기간 종료 1년 전에 이용자에게 알려야 하고, 사업자는 이용기간 종료 6개월 전까지 재할당을 신청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월까지 주파수 할당 여부를 정한 후 협의를 거쳐 할당대가를 협의해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주파수 종료 6개월 전 주파수 재할당을 신청해야 하므로 연말께 할당 대가가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신업계는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AI DC) 등으로 투자를 집중해야하는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 대가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GSMA는 주파수 스펙트럼 수익보다는 국민 편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GSMA는 "주파수 스펙트럼을 통한 재정 확보가 주목적이다 보니 그동안 주파수 희소성과 과도한 최저입찰가, 부적절한 경매 설계 등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며 "스펙트럼 수익 극대화보다 국민 편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파수의 조기 배분과 충분한 공급으로 서비스 품질 향상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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