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최악의 통신 해킹, 외양간을 고쳐야할 때
2025-05-16 06:00:00 2025-05-16 06:00:00
SK텔레콤 유심 해킹이 발생한 지 26일이 지났지만 비난 여론이 여전히 들끓고 있다. '통신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란 불명예도 안았다. 지난달 29일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가 유출되지 않아 유심보호서비스로 심 스와핑은 막을 수 있다는 민관합동조사단 1차 조사결과에도 이러한 분위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심 스와핑을 100% 막을 수 있다는 유심보호서비스에 전고객이 가입했다는 회사측 발표가 나와도 마찬가지다.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 터라 이용자 불안이 커졌고, 소송을 부추기는 목소리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용자 불안은 유심 해킹 발생 직후부터 사회적 불안으로 확산됐다. 사고 원인이나 이에 따른 피해 규모가 책정되기 않았지만, 2차 피해가 기정 사실화됐다.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해커가 탈취한 유심 정보로 유심을 복제해 다른 기기에 장착하면 전화, 문자 등을 가로챌 수 있어 본인인증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 불안 확산의 원인이다. 국회도 목소리를 키웠다. 국민에게 사죄하라는 고함과 함께 위약금 면제를 강행하라고 압박했다. 최근에는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통신사와 조치하고 국민들에게 대응상황을 지속적으로 알리라"고 지시하면서 SK텔레콤 해킹 사태는 주요 이슈에서 당분간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소송도 본격화되면서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소송 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법무법인 대건뿐 아니라 노바, 대륜, 로피드 등 법률사무소도 소송 의사를 밝혔다. 법무법인 이공은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집단분쟁조정신청을 접수했고,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도 집단분쟁조정이 신청됐다.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SK텔레콤 관련 소송에서 유명세를 얻으려는 법무법인, 성공보수를 회수하려는 법무법인들의 참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SK텔레콤 이슈를 틈타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이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비난 여론이 꺼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인 제공은 오만했던 SK텔레콤의 대응에 있다. 고객 유심정보 해킹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두고 '유심보호서비스를 무료 지원하겠다, 그럼에도 피해가 발생하면 회사가 100% 책임지겠다'며 다소 맞서는 듯한 태도로 나선 데 대한 분노가 쌓인 결과다. 유심 재고 100만개 수준에서 전 고객 무료 유심교체 방안을 내놓은 결과, 유심런만 초래하며 쌓인 분노를 더 키웠다. 수십년 1위 사업자로서 다져온 자신감이 사과문에 잘못 투영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일부터 SK텔레콤은 일일브리핑에 나서며 고객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참에 부서진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 SK텔레콤에 대한 비난 여론도 어떤 측면에선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과장된 우려와 이용자를 자극하는 소송전은 자제해야 한다. 지금은 추가적인 사이버침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안 솔루션을 점검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사이버침해 사고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고 발생 후 대응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 고객 정보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본인들의 외양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한 기업에 대한 비난 여론에 쏠리기보다는 각자 외양간을 보다 단단하게 만드는 데 마음을 두는 것이 어쩌면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지름길일 수 있다. 
 
이지은 테크산업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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