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쌀 히트상품으로 활용할 기회다
2025-05-09 06:00:00 2025-05-09 06:00:00
쌀값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이 최근 한국 쌀을 정식으로 수입하기 시작했다. 2011년과 2012년 동일본 대지진 때 구호용으로 한국 쌀이 일본에 지원된 적은 있으나 판매용 쌀이 수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달 발표한 전국 쌀값 평균은 5kg당 4214엔(약 4만2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수입 쌀에 kg당 341엔의 관세를 매기고 있는데 이를 감안해도 한국 쌀 가격이 일본 쌀에 비해 약 10%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수요가 늘고 있다. 
 
일본의 쌀값이 폭등한 것은 일시적인 이유도 있지만 구조적인 요인도 함께 작용한 결과이다. 가장 큰 이유는 최근 폭염과 태풍이 빈번함에 따라 이상기후에 취약한 일본 고시히카리 품종 수확량 감소와 함께 엔저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쌀 소비 증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유통 체계 문제에 따른 비축미 방출 부족, 50년 넘게 시행 중인 일본 정부의 쌀 감산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영세 소농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고가의 쌀값을 방치하는 일본 정치인들의 의도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일본 쌀값은 당분간 떨어지기 쉽지 않으며, 이번 기회가 우리 쌀의 일본 시장 진출에 호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쌀 수급은 구조적 공급 과잉 상태로 2022년 기준 쌀 자급률이 104.8%에 달한다. 육식 위주의 식생활 습관으로 변화하며 2024년 기준 1인당 쌀 소비량은 30년 전의 절반 이하 수준인 55.8kg에 불과하다. 반면, 벼농사 기계율은 99.3%에 달하여 사람이 일하는 시간은 얼마 안 되는 쉬운 농사인 데다 그동안 정부가 직접지불제 등을 통해 쌀값을 보장해주며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남아도는 쌀 수요 촉진을 위해 쌀 가공식품 개발, 국제 원조, 수출 확대 등을 추진하는 한편, 생산량 감축을 위해 쌀 재배 면적 조정 정책도 동시에 취해왔으나 여전히 수급 조절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조적인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쌀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쌀의 품질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으로 관심을 갖지 않던 일본 소비자들이 이번 쌀값 폭등 사태로 인해 소비하기 시작하며 한국 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한국 쌀이 일본 쌀 못지않게 맛있고 품질이 좋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더 소비하고자 하는 의사가 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쌀이 일본의 프리미엄 쌀 시장에서 가성비 좋은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 이 밖에도 우리 고품질 쌀을 선호하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유럽 국가들에도 교민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때이다.
 
K푸드 열풍으로 우리 농식품이 세계인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쌀 원물에 대한 수출을 증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쌀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 수출을 늘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주요 농식품 수출 품목인 라면, 냉동김밥, 과자류 등 쌀 가공식품에 대한 상품 개발과 홍보 및 수출을 늘리는 것은 국내 쌀 수급 조절은 물론 국제수지 개선과 K컬쳐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원호 한국식품유통학회장,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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