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권력은 태양과 같다
2025-04-29 06:00:00 2025-04-29 06:00:00
급작스럽게 다가온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당선되어 대권을 잡느냐에 온 나라의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이제 6월3일이 되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새 권력이 태양처럼 떠오를 겁니다. 그렇습니다. 권력은 태양과 같습니다.
 
군왕이 지배하던 왕정 시대에는 권력자 자체가 태양이었습니다. 대표적 군주가 바로 프랑스의 ‘태양왕’이라 불리었던 루이 14세입니다. 루이 14세는 ‘짐이 곧 국가다’라는 발언으로 유명합니다. 왕 개인과 국가를 동일시할 정도로 절대 왕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루이 14세는 음악광으로 태양신 아폴로를 숭상했습니다. 궁중 음악가가 작곡한 음악에 맞춰 무대에서 아폴로의 의상을 입고 발레 춤을 추며 공연하는 것을 즐겼는데, 그때 온 귀족이 우러러보며 “태양왕 만세”를 외쳐 태양왕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40만명에 달하는 유럽 최강의 군대와 조세개혁에 따른 풍족한 재정 덕분에 태양왕으로 불리기에 손색없을 정도로 막강한 왕권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프랑스를 넘어 세상의 주인이 되려는 욕망을 가졌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궁전, 아름다운 여인들, 진귀한 동식물까지 모든 귀한 것을 소유하고 싶어했습니다. 밤낮으로 휘황찬란한 궁전은 그의 치세를 찬양하는 신하들로 가득하였고 측근의 부인들도 거리낌 없이 자신의 침실로 불러들였습니다. 지상에 만든 천국에서 태양왕 루이 14세는 신과 다름없이 군림하였습니다.
 
오늘날 왕정은 사라졌고 소수의 독재국가를 제외하면 지배자가 태양왕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나라는 없습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 원수는 상징적으로 국민과 국가를 대변할 뿐 국가와 동일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국민과 국가를 표상하는 개인’과 ‘행정부 수반’을 겸하며 ‘국군 통수권’을 보유하여 막강한 권력을 가집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은 군주에 버금가는 제왕적 권력을 가집니다. 대통령 개인이 국가는 아니지만, 여전히 권력은 태양과 같이 높고 찬란하며 강력합니다.
 
태양은 하나만 존재하듯이 권력도 본질적으로 독존의 속성을 가집니다. 권력자는 경쟁자를 허용하지 않고 2인자를 견제하며 후계자를 키우지 않습니다. 권력을 남하고 분점한다는 것은 더 이상 태양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선거는 끝없이 상승해 지존의 태양이 되려는 권력투쟁의 종착점입니다. 당선되는 한 명은 최후의 승자가 되고 나머지는 패자로 남습니다. 2등은 소용없고 1등이 모든 영광과 권력을 취합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의 승자독식 게임은 극한 대립을 조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선에서 승리해 권력을 쟁취한 당선인은 세상이 온통 자신의 것이 된 것 같은 생각을 가집니다. 만인지상으로 태양처럼 하늘에 높이 솟아 온 세상을 내려다봅니다. 이해에 밝은 사람들은 태양을 쫓는 해바라기 마냥 권력자만 바라보며 움직입니다. 해바라기에 꼬이는 똥파리들도 달라붙습니다. 친O, O사모, O핵관 등의 이름이 붙은 추종자들이 무리를 지어 구름처럼 몰려듭니다. 이들은 앞에서 권력자에게 아부하며 수족 노릇을 하지만 뒤에서는 이권과 자리를 챙깁니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전임 대통령의 친인척과 가까운 무속인 K법사가 각종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권력을 등에 업은 K법사를 ‘하늘님’이라 부르며 “은혜를 머리에 이고 살겠습니다”라고 한 정치 브로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해바라기와 똥파리들이 태양을 가리며 광채를 잃게 합니다.
 
권력에 푹 빠지면 권력자는 본인 스스로가 태양이라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은하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며 태양만이 발광체이고 나머지는 반사체에 불과합니다. 마찬가지로 권력자는 본인이 세상의 중심이며 만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말 한마디면 모든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오해합니다. 그런 연유로 권력자는 법을 초월한 행위를 하고 비상조치도 취하게 되는 겁니다. 권력은 중독성이 강합니다. 한번 맛보면 사유화하고 남용하게 됩니다. 결국은 권력자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늘 높이 떠오른 태양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기울어 땅밑으로 사라집니다. 서슬이 퍼런 권력도 언젠가는 막을 내립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추락도 가파릅니다. 절대권력을 휘두른 권력자의 말로는 대체로 비극적입니다. 대부분 비난과 조롱거리가 되며 잘못하면 영어의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
 
흥미롭게도 대선후보들은 선거에서 이겨 권력을 잡는 것에만 전력을 기울이지 권력을 내려놓을 때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행하게 대통령의 실패는 매번 반복됩니다. 이번에 치루는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는 권좌에서 물러날 때 국민의 존경과 숭앙을 받고 싶다는 분이 당선되기를 바랍니다. 고소·고발에 시달리지 않고 자유롭고 평안하게 여생을 보내는 전임 대통령을 볼 수 있기 희망합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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