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6·3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각 정당의 대선 예비 후보들은 저마다 정치 비전을 담은 슬로건을 발표했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란 슬로건을 내건 이재명 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가 대표적입니다. 24일 <뉴스토마토>는 각 후보들이 내놓은 슬로건을 통해 조기 대선의 의미와 시대정신, 그 속에 담긴 정치학을 짚어봤습니다.
이재명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새 시대 연다"
이재명 후보는 일찌감치 캠프 인선과 대선 비전을 발표했는데요. 지난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란 슬로건을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 대선은 단순히 5년 임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향후 5년은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내란마저 이겨내고 세계 속에 우뚝 선 위대한 나라임을 증명할지, 파괴와 퇴행의 역주행을 계속할지 결정되는 역사적 분수령"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시대가 급변하나 더 이상 모방할 대상이 없고, 우리가 따라 할 정답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으로 판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를 개척하겠다며 'K-이니셔티브'의 비전을 전했습니다.
김경수 '다시, 함께'…"위기 극복 위해 연대"
김경수 민주당 대선후보도 일찌감치 정책 비전을 제시했는데요. 지난 16일 김 후보는 '다시, 함께'란 슬로건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며 "국민 분열의 위기, 국가 경쟁력의 위기 등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분열과 갈등이 지속되면 위기 극복이 어렵기 때문에 '함께'가 중요하다"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민주주의 정신을 '다시' 회복하고 빛의 연대와 연정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함께'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후보는 '빛의 혁명'을 주도한 2030 세대를 위한 공약과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정책도 발표했습니다.
김동연(왼쪽부터), 김경수,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첫 TV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동연 '당당한 경제 대통령'…"경제 극복"
김동연 민주당 대선 후보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경제부총리 등 공직을 두루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당당한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는 "성장론을 말하는 것은 20년 전의 이야기"라며 "지금은 일자리 확대와 정년 연장, 규제 혁신 등 문제를 두고 노사와 정부, 진보·보수의 '빅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글로벌 이슈가 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세 문제에 대해서는 "통상 투자를 포함해 대외 경제를 책임지는 '대한민국 경제 전권 대사' 임명이 중요하다"며 과거 김대중정부 시절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구체적인 경제 부문 공약을 핵심으로 내세우며 '경제 대통령'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김문수 '새롭게 앞으로!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한 김문수 후보는 '새롭게 앞으로! 위대한 대한민국'이란 슬로건을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김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대학가 반값 월세'를 담은 부동산 정책과 전국을 광역권으로 만들겠다는 GTX 연장, 공직자 부패 방지 정책 등을 내세웠습니다. 그동안 청렴한 이미지와 노동운동 이력 등을 강조하며 관련 정책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 예비 후보를 겨냥했는데요. 24일 공직자 부패 방지 정책을 발표하며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12개 혐의 5개 재판받고 있는데 감사관이 제대로 된 감사관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차라리 굶어 죽더라도 남의 돈을 탐내본 적 없다"며 이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안철수 '국민통합·시대교체'…"국민화합 염원"
중도층 표심을 공약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국민통합과 시대교체'를 슬로건으로 발표했습니다. 안 후보는 '국민통합' '시대교체'란 슬로건에 맞게 대선 출마 선언도 광화문광장에서 했습니다. 그는 "엄중한 국가 상황을 고려했다"면서 응원이나 연호 없이 엄숙한 출마 선언을 보여줬습니다.
2012년 제18대 대선부터 네 번째 대권에 도전하는 안 후보는 자신의 전문 분야라며 최근 급부상한 인공지능(AI) 정책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탄핵에서 자유로운 자신이 이재명의 대항마라고 주장했습니다. 안 후보는 "과학과 실용의 리더십으로 시대를 교체하고, 재산의 반을 국민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문수(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시대를 바꾸는 대통령, 우리가 이깁니다'
안 후보와 동일하게 '시대교체'를 밝힌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5대 메가폴리스'와 'AI 인재 국가전략' 등을 공개하며 수도권 민심과 청년층 지지를 겨냥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사람의 교체가 아닌 시대를 교체해야 한다"며 "이는 이후 개헌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후보는 선거 출마 당시 '시대교체'의 상징으로 '서태지'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가수 서태지가 이뤄낸 '문화혁명'처럼 시대를 바꾸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이긴다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위축돼 있는데,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그런 절박함이 담긴 말이며, 반이재명에 대한 이들의 염원을 모았다"고 전했습니다.
홍준표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개헌 의지"
'개헌'을 전면에 내세운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 직속으로 개헌 추진단을 꾸리고 4년 중임제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주자들과 달리 '정·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현재 시행하는 제도인데요. 과거 이승만 정부에서 했던 제도이기도 합니다. 이에 홍 후보는 책임총리제는 어차피 해봤자 안 된다며, 국민이 투표로 선택할 수 있는 부통령을 도입하자고 주장합니다.
홍 후보는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도 제시했는데요.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실시해 2028년 총선에서 양원제(상·하원)로 국회를 구성하고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30년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실시하자는 것입니다. 이 밖에 '선진대국'에 대해서는 "좀 올드하지만 야심 찬 구호를 들고 나온 것"이라며 "'기업과 부자에게는 자유, 선민에게는 기회를, 청년에게는 꿈을'이란 내용을 부제처럼 제시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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