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신용평가사들이
엔씨소프트(036570) 신용등급을 줄줄이 낮추고 있습니다. 현재 엔씨가 장르·플랫폼 다각화를 적극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전날 엔씨소프트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낮췄습니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도 이달 7일 같은 내용으로 엔씨 신용등급을 바꿨습니다.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엔씨소프트)
재무구조 안정…현금 창출은 둔화
엔씨는 급격한 수익성 저하를 겪으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과거 엔씨는 리니지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모바일판 리니지 시리즈로 외형을 키웠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인 2020년 영업이익은 8248억원으로 전년도 4790억원의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2023년 영업이익 1373억원에 이어 지난해 영업손실 1092억원으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영업손실에는 일회성 구조조정 비용이 반영됐습니다.
신평사들은 엔씨 영업이익 감소 배경으로 게임 장르 유행 변화와 리니지라이크 게임 범람, 그에 따른 이익 창출력 저하 등을 거론합니다. 야외 활동 증가와 경기 둔화,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 숏폼 영상 유행으로 모바일 게이머와 유료 콘텐츠 소비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특히 높은 몰입도를 요구하는 MMORPG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캐주얼·방치형 게임이 유행하는 데다, 리니지라이크 출시 경쟁으로 게임 수명 주기가 짧아져 엔씨의 영업 가변성이 커졌다고 진단합니다.
엔씨의 연간 모바일 게임 성장률은 2020년 71.5%에 달했지만 2022년 20.1%로 하락한 데 이어, 2023년 -37.9%, 2024년 -22%를 기록했습니다. 그 사이 엔씨는 난투형 액션 콘솔 게임 '배틀크러쉬'와 PC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 온라인 RPG '호연' 등을 내놨지만, 연간 매출 하락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한신평은 "구조조정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감소, 효율적인 마케팅비용 집행 등을 통해 2025년에는 전년 대비 영업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비우호적인 모바일 MMORPG 시장 업황과 계획된 신작 출시 스케줄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에 큰 폭의 이익 창출력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엔씨의 강점은 우수한 재무구조입니다. 엔씨는 그간 리니지 IP 이익 창출로 잉여현금을 축적했고, 단기금융상품 처분으로 이익을 남겼습니다. 엔씨는 2024년 사업보고서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약 1조2604억원으로 표기했습니다. 부채비율은 29.06%입니다. 한신평은 엔씨의 차입금 의존도가 2023년 14.6%에서 2024년 9.6%로 줄었다고 평가합니다.
한신평은 "지분 상품 등 보유 금융자산과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을 활용한 대체 자금 조달 능력이 재무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매각 진행 중인 투자부동산(삼성동 엔씨타워) 매각 대금 유입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급격한 재무구조 변동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리니지 IP 매출 감소와 신작 공백, 글로벌 RDI(연구·개발·혁신) 센터 건립 자금 지출로 잉여현금 창출 수준이 과거만큼 유지될 가능성은 작다고 봤습니다. 엔씨가 이익 창출 기반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이범종 기자)
반등 열쇠는 콘솔·PC 신작
관건은 수익 기반 다각화 성공 여부입니다. 현재 엔씨를 비롯한 주요 게임사가 콘솔·PC 기반 패키지 게임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한신평은 한국 게임사의 패키지 게임 개발 역량이 아직 낮아 불확실성이 크다고 봅니다.
엔씨소프트는 자체 개발은 물론 국내외 게임사 투자로 IP 경쟁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특히 서브컬처와 슈터 장르 투자를 늘릴 방침입니다.
우선 엔씨는 연내 출시 목표로 MMORPG '아이온2'와 슈터 'LLL'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투자한 국내 회사 빅게임스튜디오의 서브컬처 RPG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 미스틸게임즈의 슈터 '타임 테이커즈'도 올해 출시 예정입니다.
해외에선 폴란드 개발사 버추얼 알케미의 전략 RPG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와 스웨덴 문 로버 게임즈의 협동 FPS '프로젝트 올더스' 판권도 확보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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