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까지 40여일…'묻지마 표퓰리즘' 난무
대규모 투자에 감세 일변도 공약
나랏빚 쌓이는데…세수 확보안 '부재'
2025-04-22 18:12:31 2025-04-22 18:12:31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단기간 이목을 끌 수 있는 '표퓰리즘(대중 영합주의) 공약'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앞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상속세 개편안을 발표하며 감세 경쟁을 시작했는데요.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감세는 물론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 단행, 복지 확충, 각종 규제 완화 공약이 급부상했습니다. 나랏빚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재정 마련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묻지 마 공약'이 대선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100조원 투자에 '공짜 버스'…돈 쓰기 급급한 공약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인공지능(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시작으로 문화재정과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확대 공약을 차례로 내놨습니다. 국가 주도 투자로 여러 분야 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 이 전 대표 공약의 핵심입니다.
 
이 전 대표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은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면세 구상을 밝히며 감세 공약을 예고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대선 출마를 위해 당대표 자리를 내려놓기 전 상속세와 근로소득세 완화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상속세의 경우 일괄·배우자공제액을 각 5억원에서 8억원, 10억원으로 올리는 것이 골자입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근로소득세를 산정하고 기본공제액을 높여 가처분 소득을 늘리겠다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이 전 대표와 함께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AI에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지사는 "사람들 누구나 생애주기 언제든 절대 빈곤을 경험하지 않도록 적정 소득을 보장하겠다"며 중위소득 40%의 최저 소득을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는 복지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도 표심을 겨냥한 '선심성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오전 9시~오후 5시 65세 이상 노인이 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대학가 원룸촌의 용적률과 건폐율을 완화하고 오피스텔을 세제 중과대상 주택 수에서 제외시키도록 했습니다. 각각 고령층과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공약입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부동산 정책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청년이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와 취득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건축의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고, 용적률과 건폐율 상한을 완화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복안입니다.
 
대선에 돌입하기 전 국민의힘도 감세 정책을 내놓은 바 있는데요.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고,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는 내용입니다.
 
아울러 '주 4.5일제'를 띄우며 직장인 사로잡기에 나섰습니다. 민주당이 '주 4일제' 카드를 꺼내자 맞불을 놓은 것입니다. 국민의힘의 주 4.5일제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함에 따라 근무시간 변화가 없지만 민주당의 주 4일제는 근무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단축하는 정책으로 급여 감소가 예상됩니다.
 
나라 재정은 '악화일로'…공약은 감세에 '초점'
 
대선 주자들이 예산 책정을 필요로 하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세수 확보에 대한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나라 살림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4월호'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누계 정부 총수입은 103조원, 총지출은 116조7000억원으로 통합재정수지는 13조7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 흑자(4조2000억원)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7조9000억원 적자를 나타냈습니다.
 
지난해 2월 누계 관리재정수지가 36조2000억원 적자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18조4000억원이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 예정된 만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정부 채무는 지난해 말 1141조2000억원에서 올 2월 말 1180조50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민주당 제21대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인 이재명(오른쪽부터), 김경수, 김동연 후보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첫 TV토론회에 앞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22년 9월 공개한 '2022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오는 2060년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4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재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0% 중반 수준입니다. OECD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지적하며 국가 재정건전성 강화와 연금개혁을 주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감세를 비판하고 증세를 언급하는 대선 주자는 김 전 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유일합니다. 김 전 지사는 공약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 증세를 택했습니다. 현행 17%대인 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에 근접한 22%로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 민주당 대선 경선 첫 TV토론회에서 "정치권에서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적 감세 정책 일어나고 있다"면서 "재원을 봤을 때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증세까지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의 생각을 물었는데요.
 
이 전 대표는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정부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는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