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란 종식과 대통령 잘 뽑기
2025-04-22 06:00:00 2025-04-22 08:37:01
불과 8년 만에, 광화문 인근을 중심으로 ‘촛불과 빛의 혁명’이라는 한국 정치의 기적이 두 번이나 반복되었다. 아직도 윤석열 파면을 인정 못 하는 극우 보수 단체가 거리를 활보하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는 비상계엄을 민주당 책임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며 토론하고 있는 판이다.
 
작금의 상황에 두 가지 사실을 주목한다. 첫 번째는 윤석열의 행태와 과오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자기 정치를 권위적·인위적으로 노골화한 것으로 둘을 동일시할 수 없을 만큼, 12·3 내란 사태는 나쁜 헌법 정치의 뿌리를 갖고 있다. 비상계엄이 어설펐던 것은 분명하지만, 5·16과 유신의 박정희, 5·17의 전두환을 추종·부활해보려는 속셈이 있었던 것도 분명하다. 반란의 불씨와 종자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한 국가적 재앙으로 진행되는 암적 존재이다. 박정희 시대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반민주적 헌법 규정이 전두환 5공과 단절했던 현행 헌법에도 잔영처럼 남아 있다는 것을 많은 국민이 확인했다.
 
두 번째로, 촛불혁명을 한 번 실패해보았다는 소중한 경험에 주목한다. 4·19 혁명과 6·10 항쟁 후에도 개헌을 했는데, 전국적 범위에서 지역·연령·성별, 보수·진보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동원·동참·동의해준 촛불혁명에서 ‘개헌과 통합 정치’를 하지 못한 문재인정부를 냉정히 분석해야 한다. 비단, 문재인 전 대통령만의 책임은 아닌 것이 촛불혁명에 도취한 나머지 헌법을 비롯한 제도 개혁, 새로운 보수·진보로의 정치 지형의 변경, 한반도 평화 문제 등에 정치권과 수많은 전문가들의 사명감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미치지 못하고 너무 허술했다. 사지에 빠져 있는 한국 정치를 건져낸 ‘초일상의 정치’, 광화문 촛불혁명에 대해 일상의 정치 도구인 의회·정부·정당은 제대로 된 응답을 하지 못했다.
 
12·3 내란 사태와 제2의 촛불혁명 이후 국민들은 한 번 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제1과제는 당장에 새로운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세 기둥인 민주주의·경제·안보를 좌·우, 보수·진보 및 여·야의 칼날로 들이대는 자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 민주 시민의 요구와 가치에 걸맞는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될 때, 격변의 시대에 국가지대사가 염려 없이 진행될 것이다.
 
동시에 탄핵 시국과 조기 대선 과정에서 양극단 경쟁 구도의 정치 진영이 새롭게 재구성되어야 한다. 시대에 맞는 정치인이 보수·진보의 중심에 서고, 여·야 경쟁 구도의 짝짓기로 새로운 정치 파트너십을 형성해 나가야 할 때 비로소 국민적 합의의 개헌을 실현할 수 있다.
 
국민의 정치적 총의(總意) 형성은 일단 탄핵과 대선 정국을 주도하는 정치 세력이 선제적으로 챙겨야 할 숙제다. 촛불혁명의 함성과 열기를 일방 독주로 견인하려다 실패했던 9년 전의 경험에서 교훈과 지혜를 찾아야 한다. ‘경제 성장과 발전은 어느 정도의 독재와 보수가 잘한다’는 주장은 한계적·고정적·허구적 사고의 전형에 불과하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역시 국민의 정치 참여 형태가 적대적 관계에 있는 보수·진보 진영 악성 대결에서 벗어나, 같은 국가 구성원으로서 상호 보완의 정치 공간으로 이동해 나가야 한다. 가정에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다 필요하듯이 한국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 좌·우의 역할은 모두 필요하다. 엄마나 아빠의 역할이 없어질 때 ‘결손가정’이 되듯이, 보수·진보의 균형이 무너질 때 한국 정치는 또다시 ‘불량 정치’가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제2 한국 정치의 기적을 위해 12·3 내란 사태 종식과 6·3 대통령 잘 뽑기는 동시에 병행 추진되어야 할 일이다. 탄핵이 질책의 주인 행세라면, 대통령을 잘 뽑는 것은 새로운 일꾼을 맞이하는 선택과 결정의 주인 행세이다.
 
박상철 (사)미국헌법학회 이사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