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끝내 '백기투항'…의료개혁 '사망선고'
교육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발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3058명…결국 증원 '0명'
수업 참여율 20%대에도 원칙 접은 정부
윤석열정부 대표 정책…파면 이후 동력 잃어
2025-04-17 17:13:53 2025-04-17 17:13:53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방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정부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확정했습니다. 1년 2개월에 걸친 의정갈등을 풀어내지 못하고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겁니다. 윤석열정부가 '의대 증원'을 골자로 추진한 의료개혁은 필수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살리기 등의 명분으로 추진됐는데요. 정책 목표는 실종되고 의료대란 후유증만 남겼습니다. 정부는 의대 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다시 백기를 들었지만, 의대생들의 복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사회적 손실만을 남긴 채 멈춰선 윤석열정부의 의료개혁에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수업 참여율 20%대에도…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방향 관련 브리핑'을 열고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총리는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의 건의를 무겁게 받아들여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전국 40개 의대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은 전날 긴급 화상회의 이후 정부에 "내년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확정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건의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한 겁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7일 "3월 말까지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할 경우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만약 3월 말까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내년도 모집인원은 원래 증원 규모인 5058명으로 유지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40개 대학 의대생의 수업 참여율은 평균 25.9%에 그쳤습니다. 정부의 회유로 지난달 말 기준 의대생 99.4%가 등록을 마쳤지만, 의대생들이 등록 후 수업 거부로 노선을 틀면서 여전히 수업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부는 당초 원칙을 접고 의대 정원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대규모 유급 사태와 2024학번부터 2026학번 모두 1학년이 되는 '트리플링'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26학년도 입시를 4월 30일까지 확정해야 하고 다음 주 집중적으로 본과 3,4학년 유급이 발생하는 시기여서 더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며 "이미 들어온 학생도 보호하고 망설이고 있는 학생들에게 돌아올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료공백 후유증만 남긴 의료개혁…사실상 중단
 
(그래픽=뉴스토마토)
 
교육부 입장과 별개로 정부가 또다시 의료계에 '백기'를 들며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의료개혁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교육부 발표 직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복지부는 이날 교육부의 내년 의대 모집인원 브리핑 직후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의대 학사일정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여건을 감안한 조치라고 생각된다"면서도 "3월 초 발표한 2026년 의대 모집인원 결정 원칙을 바꾸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이번 조치가 의대수업 정상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정부는 각종 비판에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중심으로 의료개혁을 추진했습니다. 의료개혁은 정부가 지난해 2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대 목표를 중심으로 하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정부와 의료계는 내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왔습니다. 복지부는 지난해 2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병원장에는 전공의 사직 수리 금지명령, 전공의에게는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불응할 시 행정처분을 예고했지만 결국 사직은 수용됐고 복귀 여부에 관계없이 행정처분도 철회했습니다. 전공의 모집 과정에서는 수차례 특혜성 조치가 잇따랐고, 의대생에게는 학사 유연화를 통한 집단휴학을 허용했습니다. 올해도 의대 등록 기간을 연장했지만, 갈등은 계속됐습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포고령에 전공의가 '처단'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의정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포고령에 '전공의'를 콕 집어 언급한 데다,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는 '처단'한다는 표현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 의료계는 의대 증원 철회보다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강조하고 있어 의대 모집인원 동결로 의대 교육 정상화를 기대하기엔 섣부르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 4일 윤석열씨의 파면으로 정책 동력을 상실했다는 점도 정부의 후퇴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의료개혁 3차 실행 방안 논의도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정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내 논의를 거쳐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각각 의료개혁 1·2차 실행방안을 발표했으며, 3차 실행방안에는 '미용 의료 관리체계' 개선 과제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는 피부과 등 특정과에 인력이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고 필수의료 인력난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습니다. 지난해 4월25일 출범한 의개특위 위원 임기는 이달 말 만료됩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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