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올해 1분기 제조업의 매출 경기실사지수(BSI)가 대다수 하회한 데 이어 2분기 전망도 암울합니다. 내수·수출 전망치가 여전히 낮은 수준인 데다, 설비투자·자금사정·고용 등의 악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 경영활동의 부정적 요인으로는 '내수 부진·재고 누증'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관세와 관련해서는 '주력 품목 가격경쟁력 저하', '거래비용 증가·이익 감소', '투자 감소·지연' 등을 꼽고 있지만 사실상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16일 산업연구원의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제조업의 시황·매출 BSI는 각각 91, 95로 기준치 100을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뉴시스)
1분기에 이어 2Q도 '악화 전망'
16일 산업연구원의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제조업의 시황·매출 BSI는 각각 91, 95로 기준치 100을 하회할 것으로 내봤습니다. BSI 산출은 100을 기준치로 200에 가까울수록 '개선'을, 0에 근접할수록 '악화'를 의미합니다.
1분기 제조업 시황 78, 매출 77보다 오른 수준이나 기준치(100)에 여전히 못 미치는 겁니다. 1분기에는 내수(79)와 수출(86)이 100을 하회하면서 전 분기(내수 86, 수출 90)보다 더 낮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설비투자는 95로 전 분기 수준에 그쳤으며 재고(99)도 100을 하회했습니다. 경상이익은 80으로 하락 전환했습니다.
2분기 전망도 녹록지 않습니다. 내수(94)와 수출(96) 전망치가 전 분기보다 높지만 기준치를 하회하는 수준입니다. 설비투자와 고용도 각각 96, 97을 기록하는 등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특히 2분기 매출 전망은 대형업체(102)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유형에서 '악화'를 예상했습니다. 대형업체의 매출 반등 기대감과 달리 나머진 매출 부진을 우려하고 있는 겁니다.
업종별로는 디스플레이(111), 바이오·헬스(101), 화학(100) 등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업종이 기준치를 하회할 것으로 봤습니다. 분야별로 보면 반도체는 91, 무선통신기기 96, 가전 95, 자동차 92, 조선 98, 일반기계 96, 정유 91, 철강 92, 섬유 90, 이차전지 87등입니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현 경영활동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요인으로 '내수 부진 및 재고 누증(52%)'을 꼽고 있습니다. '대외 불확실성 지속(43%)', '고환율 및 자재비 부담 가중(36%)' 등도 뒤를 이었습니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는 '주력품목 가격경쟁력 저하(35.8%)', '거래비용 증가·이익 감소(35.4%)', '투자 감소·지연(31.9%)' 등 부정적 응답이 다양했습니다. 무엇보다 대응 전략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대책 없음(42.0%)'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원가 절감 및 구매처 다변화(31.1%)', '제품경쟁력 제고(24.5%)', '해외시장 개척(13.9%)' 등의 순이었습니다.
이 중 특징점으로는 '이자 부담 가중 및 자금난(26%)' 응답이 전 분기(19%)보다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16일 산업연구원의 현안 설문 결과를 보면, 트럼프 관세 정책 대응 전략과 관련해 '별다른 대책 없음(42.0%)' 응답이 가장 많았다. (출처=산업연구원)
잇단 대응에도 제조업 혁신 '관건'
정부는 관세피해·수출위기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저리대출, 수출보증 등 정책자금 25조원 신규 공급 방침을 밝힌 상태입니다. 또 대미 통상 리스크 대응을 위한 통상정책자문 채널도 가동시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한 통상정책자문위원회를 통해 미국의 품목·상호관세 등 통상조치에 대한 본격적인 대미 협의를 앞두고 정교한 대응전략을 짠다는 계획입니다.
아울러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선점을 위한 재정투자 강화, 수출기업 인증 관련 애로해소 지원과 산·학·연·관이 함께 협력한 기술사업화 패러다임, 수출 다변화를 위한 한·중동 경제협력 강화 논의, 해운물류분야 통상현안 비상대응반 본격 가동, 핵심광물 재자원화(재사용) 활성화 태스크포스(TF) 가동, 기업 고용애로 해소 핫라인 추진 등 통상리스크에 따른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은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대미 협상 대응과 함께 우리의 장기적 비전, 핵심 거점 공급망으로서의 입지 강화 등 산업정책 측면의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중심의 생산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미국 중심의 소비시장 역시 다변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한다. 글로벌 사우스 등 제3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성장과 통합'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유종일 한국개발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는 "인공지능(AI) 기반 기술혁신과 에너지 대전환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정책개발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인 주요 산업에 정부·민간이 함께 기술 개발, 인재 육성, 대대적인 투자까지 집중하는 'A2G(인공지능·바이오·컬처·디펜스·에너지·팩토리·글로벌) 퀀텀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그는 "우리 산업의 강점인 제조업을 혁신해야 성장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며 "AI 대전환을 전 산업에 접목시켜 생산성을 높인다면 성장 과정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만들고 성장의 과실을 고루 분배하는 성장과 통합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제조산업전X오토모티브월드코리아'에서 관람객들이 전자제조, 스마트팩토리,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장비들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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