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트럼프 '대북 제재' 첫 언급…김정은 여전히 '침묵'
잇단 번개 회동 '러브콜'…북은 러시아 밀착 행보
2025-10-28 17:19:33 2025-10-28 21:40:55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다급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을 처음 거론했습니다. '핵보유국' 발언에 이어 또다시 '번개 회동'을 위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러브콜'이 실제 회동으로 이어질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정은 만나면 정말 좋을 것"…방북도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일본 도쿄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북한의 대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무엇을 인센티브로 제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이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꽤 큰 사안"이라며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 그(김 위원장)를 만나면 정말 좋을 것"이라며 "내가 한국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곳으로(북한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과의 번개 회동을 위해 순방 일정 연장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대북 제재 완화를 꺼내들며 국내외 정치 무대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전략적 의도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북한을 실질적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표현해왔습니다. 특히 그는 24일 아시아 순방길에 올라 전용기에서 "북한은 실제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며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말했습니다. 연이어 북한에 대화를 제안, 자신의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정치적 영향력을 동시에 확대하려는 의도인 겁니다. 
 
다만 조현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종합감사에서 "핵보유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명시된 핵보유 국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장관은 "북한은 2017년 당시와 비교하면 러시아와 군사 협력 강화, 중국과 관계도 밀착돼 있다"며 "미국을 향한 청구서를 더 키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와 밀착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전날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날 "지난 9월 초에 있던 김정은 동지와 푸틴 대통령 동지 사이의 뜻깊은 상봉에 대해 상기했다"며 "북·러 관계를 부단히 강화 및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앞으로의 많은 사업과 관련한 훌륭한 담화가 진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직전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미 번개 회동 가능성을 낮추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지난 2019년 판문점 회동 당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노동신문.뉴시스)
 
정동영 "북, 대화 나올 가능성 상당"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도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앞서 그는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북·미 대화 개최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핵무기와 경제정책 등 외교 전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북한 측이 먼저 대화 조건을 제시한 겁니다. 
 
현재까지 북·미 대화 개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후 베트남 2차 회담에선 대북 제재 완화 '거래'를 제시한 김 위원장에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과 더불어 다른 시설의 추가 해체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이후 북한은 러시아와 '혈맹 관계'를 맺고 에너지 등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과도 외교를 복원, 교류가 활발합니다. 이를 통해 북한은 무기 개발 등 자금 조달을 통해 제재 완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대북 제재 완화 카드'만으로는 북한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북·미 대화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난 2019년 판문점 회동도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성사된 바 있습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 복귀가 예정돼 있는데요.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 변경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거듭 김 위원장에게 대화 손짓을 내밀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도 북·미 대화 개최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는 입장인데요. 이와 관련, 북한 측이 조만간 관련 입장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통위 종합감사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을 통해 입장 표명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북한이 (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다 했고, 김 위원장의 결단만 남았다"며 "(북한이) 이번이냐 다음이냐, 판문점 또는 평양이냐 하는 전략적 지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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