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보험사 자산운용비율 산정 방식이 타 금융권에 비해 느슨해 특혜 논란이 일고 있지만 국회는 입법에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금융위원회 역시 '입법적 해결'을 명분 삼아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업법은 소비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산운용비율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투자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타 금융권과 달리 보험업권의 자산운용비율 산정 방식이 달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험사는 자산운용비율을 측정할 때 분모에 해당하는 총자산은 시가로 평가하면서, 분자에 들어가는 채권·주식 등 투자자산은 취득원가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은행과 증권사는 총자산과 투자자산을 모두 시가로 평가합니다.
다른 규제를 받는 이유는 보험업법에서 구체적인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에 대해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금융위가 '보험업감독규정'을 통해 자산운용비율 산정 시 투자 자산을 취득원가 기준으로 계산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채권·주식 등 취득원가 기준으로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하면 시장 상황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투자 위험 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위험을 분산해 고객 자산을 건전하게 운영하라는 보험업법 취지를 벗어난다는 지적입니다.
국회 한 관계자는 "타업권과 달리 보험사만 다른 규제를 받는 건 공정성에 어긋난다"며 "매번 재계나 보험업 쪽에서 반발이 심해 진척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조국혁신당 당론으로 보험업법 개정을 채택한 만큼 다시 추진력이 생겼다"면서 "조기 대선 이후엔 논의가 더 어렵기 때문에 한발 앞서 발의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2월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보험사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현행 규제로 가장 이익을 보는 보험사가
삼성생명(032830)이어서 삼성생명법으로 불립니다. 삼성생명법은 19대와 20대,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회기 종결로 폐기된 바 있습니다.
차 의원은 "삼성생명이 소유한 삼성전자의 주식을 시가로 평가해보면 총자산의 11.3%를 넘는다"며 "법령에서 정한 한도를 넘어선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삼성전자 주식 소유 비율을 낮추는 게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민의힘은 물론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역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 다른 관계자는 "삼성 지배구조가 함께 엮여 있어서 반발이 심해 추진이 쉽지 않다"며 "민주당도 조기 대선을 앞둬 법안을 추진하는데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도 보험업감독규정을 바꿔서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지배구조 문제가 엮여 있기 때문에 '입법적 해결'로 미루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개정안은 보험회사,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으로 매각 시 주가변동 발생과 소액주주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타 금융권은 자산운용비율을 계산할 때 주식자산을 시가로 산정하지만, 보험사는 주식자산을 취득원가로 계산하는 상황이다. (사진=삼성생명)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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